부산 동해남부선 옛 철길(폐선부지) 일부를 도로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상업개발에 반대하는 시민운동에 배치되는 것이어서 앞으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27일 부산시에 따르면 최근 도시개발본부 업무보고에서 서병수 시장은 조만간 착수할 '그린 레일웨이 조성사업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에 동해남부선 옛 철길 일부를 도로로 개발하는 방안을 포함하도록 지시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시민 의견을 들어 도로 개설 등 다양한 방안을 용역에 포함해 검토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 시장은 후보 시절 부산시청 출입 기자단 간담회에서도 사견임을 전제로 동해남부선 옛 철길 일부를 도로로 개설하는 것이 시 전체를 봐서 낫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이는 폭증하는 해운대 일대의 교통 수요를 해결하는 하나의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발전연구원은 2009년 해운대 엘시티와 신세계백화점 건립 및 확장, 마린시티 개발 등에 대비해 해운대권 교통 체증 완화 방법을 연구했다. '해운대권 개발에 따른 교통체계 정립 방안'이라고 이름 붙인 이 연구에서 최치국 선임연구위원팀은 교통 수요 증가에 따른 중·장기 개선방안의 하나로 옛 해운대역~미포 구간에 길이 1.9㎞, 너비 30m에 이르는 도로와 경전철 개설을 제안했다. 최 연구위원팀은 용지 보상비로 480억 원, 공사비로 하부도로 114억 원, 경전철 817억 원을 예상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동해남부선 옛 철길 일부를 도로로 개설하는 것은 해운대 지역의 교통 체증 해소에 효과적인 방안으로 본다. 다만 동해남부선 옛 철길 전체의 보행축을 유지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체가 아니라도 해운대 엘시티 조성 사업 부지와 접한 구간은 철길 폭이 20m가량 돼 양측 일부를 떼어내 도로를 조성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운대 기찻길 친구들 등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이 같은 방안에 반대한다. 옛 해운대역~미포 구간은 폭(8~20m)이 좁아 도로로 조성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다. 경성대 강동진(도시공학과) 교수는 "이곳에 도로를 내는 것은 서 시장이 후보 시절인 지난 4월 13일 시민 앞에서 동해남부선 옛 철길을 마음대로 개발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는 것이다. 보행길과 도로를 나란히 배치하면 일반도로나 다름없어 옛 철길의 강점을 송두리째 잃어버린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