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환경운동연합과 지리산댐 백지화 함양군 대책위원회, 지리산종교연대, 지리산생명연대 대표가 지난달 18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리산댐의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환경단체 '국토부 각본설' 제기
- 홍준표 지사도 건설 언급

- 지역주민 댐 건설 찬반 팽팽
- 군, 20명 안팎 협의회 구성 방침
- 내년 여론조사서 결론날 듯

경남 함양군 휴천면 문정리에 들어설 계획으로 있는 문정댐(일명 지리산댐)이 최근 지역사회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경남지역 식수의 부산 공급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문정댐에 대해 추진 쪽으로 가닥을 잡고 나섰기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은 댐의 성격이다. 국토부는 홍수조절용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역 주민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여기에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식수 생산을 포함한 다목적용으로 댐을 건설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그동안 과정은

문정댐 건설은 정부의 수자원 개발 계획 차원에서 오래 전부터 거론되어 왔다. 하지만 구체성을 띠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정부가 댐 건설 신규 후보지 가운데 하나로 명시를 하고부터다.

이에 주민들은 환경 파괴가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2009년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주민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후 정부가 2012년 12월 댐건설 장기계획에 문정댐을 포함시키면서 문제가 더 확산됐다.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는 지난해 댐 사전검토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첫 회의는 지난 7일 열렸다. 협의회는 문정댐 건설에 대한 협의를 계속 하되 세부사항은 추후 논의를 하자는 다소 애매한 결론을 내렸다. 댐을 단순한 홍수조절용으로 건설할 것인지, 아니면 식수 공급 등을 위한 다목적용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답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협의회가 문정댐 건설을 안건으로 계속 다루기로 했다는 점을 들어 이런 결론이 '댐 건설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문정댐 건설은 ▷사전검토협의회 개최 ▷지역의견 수렴 및 갈등 조정 ▷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및 실시계획 수립 ▷착공 등으로 순으로 정해져 있다. 협의회는 오는 12월 전원합의 하에 결론을 낸 뒤 정부에 종합적인 권고안을 작성·제출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전원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투표로 결정이 된다. 국토부는 협의회가 댐 건설이 필요하다고 권고안을 내면 다음 단계인 지역의견 수렴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등은 국토부가 건설 추진이라는 결론을 미리 내린 뒤 협의회 합의라는 형식적인 절차를 이행하고 있다며 사전 각본설까지 제기하는 중이다.

■지역 반응은 극과 극

문정댐 건설을 두고 함양지역 주민들의 여론은 양분된 상태다

댐 건설을 찬성하는 주민들은 2002년 태풍 루사의 피해를 예로 들고 있다. 당시 이 지역에서 산사태로 8명의 희생되는 등 지리산 일대는 비가 오면 한꺼번에 엄청난 물이 내려와 큰 피해가 생긴다. 주민들은 십수년 전부터 이를 막기 위한 댐을 만들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댐이 들어서설 경우 높은 보상가를 바라는 부지 편입 지주들도 찬성 쪽의 대열에 합류했다.

반대 주민들은 환경훼손과 용유담 보호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지리산댐이 들어서면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 지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용유담이 사라질 뿐 아니라 마을 수몰로 수많은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한 발 양보하더라도 이 댐이 홍수조절용이 아니라 부산 등에 식수를 공급하기 위한 낙동강 대체수원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수긍을 하기 힘들다고 문제를 제기 중이다.

결국 갈등의 요지는 댐의 성격이 무엇인가로 귀결된다. 댐 건설 주체인 국토부와 수자원공사는 문정댐이 분명한 홍수조절댐이라며 부산 물 공급 사안과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들과 반대 주민들은 이런 발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문정댐 건설안이 진주 남강댐과 함께 정부의 부산 물 공급정책 계획의 일환으로 진행된 점 ▷국토부 등이 문정댐의 성격에 대해 그동안 식수용-남강댐 보조용-홍수조절용 등으로 계속 말을 바꿔온 점 등을 불신의 이유로 적시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순수 홍수조절용이라는 국토부 등의 입장과 달리 문정댐은 부산 물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남강댐과 연동된 수위조절 기능도 담당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나서 "환경단체들이 겁이 나서 정부가 식수댐이 아니라고 애기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라고 말해 논란을 더 가중시켰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지역사회에서는 문정댐 건설 추진 여부가 결국에는 내년에 있을 지역민의 여론조사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협의회에서 내린 결론에 대해 반드시 주민의 뜻을 묻겠다고 정부가 여러차례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도 "협의회가 사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 다음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주관 아래 지역의견을 수렴하게 된다"며 "세부 절차와 방법은 전적으로 지자체장 재량에 달렸다"고 밝혔다. 앞서 홍준표 지사도 문정댐 건설 여부에 대해서는 함양군 주민 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함양군은 우선 지역협의회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조직은 각계 전문가와 주민 대표, 시민단체 관계자 등 20명 안팎으로 구성된다. 지역협의회는 설명회와 토론회 등의 여론 수렴을 거친 뒤 군의회 동의를 받는 식으로 진행될 에정이다.

여기에도 반대 의견은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전의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군이 관조직을 동원해 여론을 왜곡한 사례가 있다며 공정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한 관계자는 "자연 생태계 훼손이나 주민 생존권 등 아주 민감한 문제가 걸려 있는 문정댐 건설 여부는 단순한 여론조사로 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 문정댐 개요

- 사업비 9898억·총저수량 1억7000만t 예상
- 용유담 보전 위해 축소 검토

문정댐 예정지 상류 3.2㎞ 지점에 있는 용유담.

정부가 경남 함양군 휴천면 문정리에 건설을 추진 중인 문정댐의 높이는 141m, 길이는 896m 규모다. 총저수량은 1억7000만t이다. 유역 면적은 370㎢이며 담수 면적은 4.6㎢다. 사업비는 9898억 원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는 환경단체들이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 지정을 요구하는 용유담 수몰을 막기 위해 저수량 규모를 애초 1억7000만t에서 1억t 이상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유담은 댐건설 예정지 3.2㎞ 상류 지점에 위치해 있다. 정부의 당초 계획대로라면 댐이 건설될 때 수몰이 불가피하다. 반면 용유담이 명승으로 지정되면 댐 건설은 불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용유담에 대한 명승지 지정을 두고 논란을 빚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수자원공사와 함양군은 댐 건설 계획을 들어 용유담 명승 지정에 반대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문화재청도 2012년 6월 국가명승 지정을 6개월 보류한 뒤 현재까지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댐의 명칭도 논란이 되고 있다.

댐 건설을 추진하는 국토교통부와 수자원공사, 함양군은 지역의 행정구역 명칭을 들어 문정댐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반대로 댐 건설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들과 주민들은 지리산 댐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는 두 명칭이 서로 다른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 측 주민들은 "국토부와 수자원공사도 최근까지 지리산 댐이라는 명칭을 시용하다 국민들의 정서적 부담감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지리산이라는 단어를 배제한 뒤 행정 명칭인 문정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 문정댐(지리산댐) 추진 일정 1984년  12월 지리산댐 기본계획 수립 1999년  12월 건교부, 부산 경남 수자원 개발계획 수립조사 2003년   7월 함양군,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에 지리산댐 조기 건설 건의 2007년   7월 댐 건설 장기계획 신규 후보지 3개소 중 하나로 명시 2008년   국토부, 남강댐 수위 상승과 강변여과수 개발 등 부산물공급 대책 발표 2009년   문정댐 건설에 따른 기획재정부와 KDI의 예비타당성 조사 지역민들의 반발로 좌초 2011년   5월 정부, 문정댐을 다목적 댐에서 홍수조절용으로 전환한다는 계획 발표.  7월 부산시, 남강물 부산공급 요구 2012년    1월 수자원공사,용유담 명승 지정 반대 의견서 제출. 12월 정부, 문정댐을 댐건설 장기계획(2011~2020년)에 포함돼 추진 확정 2013년    6월 국토부, 용유담 수몰 방지책 등 발표. 12월 국토부, 댐 사전검토협의회 구성 2014년    6월 홍준표 경남지사, 문정댐을 식수용 등 다목적 댐으로 건설할 것 요구  7월 첫 댐 사전검토협의회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