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박객 북적, 마을 주민과 마찰

- 건물 불법 증개축 적발되기도

부산 기장군 동부산관광단지 이주마을이 최근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펜션 등 각종 상업시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세 차익과 상업성을 노리고 들어온 외지인의 무분별한 개발 탓에 원주민의 주거 환경이 침해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시와 기장군은 주민 민원이 제기된 뒤에야 단속에 나서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21일 오후 부산 기장군 기장읍 동부산관광단지 입구에 자리 잡은 양경·당사마을. 관광단지에 편입된 연화·대변·시랑리 주민이 집단 이주한 양경마을로 들어서자 망치소리가 요란했다. 빈 땅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곳곳에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지어졌거나, 공사가 한창이었다. 건물 외벽에 펜션을 알리는 간판과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당사마을은 2층 양옥들이 가지런히 늘어서 제각각 형태로 건물이 들어선 양경마을과 대조를 이뤘다. 양경·당사마을은 전체 146필지로, 절반 이상을 외지인이 사들인 것으로 주민들은 추산했다.

그러나 양경·당사마을은 일반주거지역이어서 숙박업소가 들어설 수 없다. 그럼에도 관할 기장군의 허가 절차도 없이 외지인들이 펜션 간판을 걸고 무허가 숙박 영업에 나섰고, 2011년 이후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한 펜션은 현재 9곳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마을 주민과의 마찰도 빈발하고 있다. 심야시간에는 고기 굽는 냄새가 곳곳에 진동하는 데다 조용하던 마을이 취객들로 시끄러워진 탓이다. 주말에는 펜션을 찾는 차량들이 마을 빈터를 점령하다시피했다. 참다못한 주민이 민원을 제기하자 군은 그제서야 단속에 나서 지난달 5곳을 무허가 숙박업소로 적발, 경찰에 고발조치했다. 일부 업소는 농어촌정비법 상 '연면적 230㎡ 이하 민박사업 가능' 규정을 들어 뒤늦게 허가를 받았다.

불법 증개축도 문제다. 이주단지 주민들은 이곳을 명품 주거단지로 만든다는 부산도시공사의 마스터 플랜에 따라 양경마을은 건물 높이를 3층 이하, 당사마을은 2층 이하로 정하고 건물당 4세대 이하로 제한하기로 협약을 했다. 그러나 일부 외지인 건물주가 한 건물을 6, 7세대로 쪼개고, 일부 세대를 복층 구조로 바꿨다가 최근 적발돼 이행강제금 및 복구 명령을 받았다.

주민 김모(45) 씨는 "농어민의 소득 증대 방안으로 민박을 허용한 것인데, 외지인이 이를 악용해 사업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부산시 등은 이주단지를 명품 주거단지로 만들겠다는 애초 취지에 맞게 지금이라도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