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0명 급히 내린 시청역엔

- 대피 지시할 역무원 안보여

- 사고시 매뉴얼 작동 안해

- 연기 마신 5명 병원 치료

17일 오후 부산도시철도 전동차에서 화재가 발생, 열차 운행이 1시간 이상 전면 중단되면서 퇴근길 수만 명의 시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여전히 사고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고 현장의 승객들이 공포에 떨었다.

이날 오후 5시41분께 부산도시철도 1호선 양정역을 출발해 시청역으로 가던 노포행 2234호 전동차 4호 차량의 집전장치에서 불이 났다. 순식간에 연기가 열차 내부로 가득 번졌지만 기관사는 안내방송을 제때 하지 않았다.

재일교포 아사히나 후쿠준(여·63) 씨는 "양정역을 출발한 지 1분가량 뒤 '쾅'하는 소리가 났고, 매캐한 연기가 열차에 가득 찼다"면서 "전동차 내에 불도 모두 꺼져 '문을 열어달라'는 승객들 고성이 오갔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폰 불빛에 의지해 몇 시간 같은 몇 분을 보냈다. 시청역에 도착해 문을 열어줄 때까지 계속 공포에 떨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승객 최모(46) 씨는 "어떤 상황인지도 모른 채 연기를 흡입할 때까지도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았다. 시청역에 도착해서야 '문을 열 테니 탈출하라'는 방송이 나왔다"고 말했다. 도시철도 화재 발생 시 대응 매뉴얼에는 기관사가 화재 후 가장 먼저 비상방송으로 다른 칸 승객에게 화재 확인 요청을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불이 난 열차 칸에는 물론 다른 칸에도 안내방송은 나오지 않았다. 열차가 시청역에 도착한 뒤에도 교통공사 측의 대처는 부실했다. 승객 최모(여·38) 씨는 "시청역에 도착해 보니 역무원도 없었고, 출구가 어딘지 몰라 우왕좌왕 헤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청역에 도착한 열차의 문이 열리면서 연기는 삽시간에 역사를 가득 메웠다. 연기를 들이마시거나 상처를 입은 승객 5명은 병원 치료를 받았다.

반대편에서 시청역으로 진입하던 열차에 탑승한 승객들도 불안에 떨었다. 박모(여·66) 씨는 "갑자기 안내방송과 함께 열차가 시청역 도착 직전 선로 위에 멈췄다"며 "모두 내려서 어두컴컴한 선로를 걸어야 했다"고 말했다. 

전동차 화재는 발생 12분 만에 완전히 꺼졌으나 역사를 메운 연기를 빼내는 데 시간이 걸려 1호선 양방향 운행은 1시간14분이 지난 오후 6시55분에야 재개됐다. 퇴근길 시민 7만여 명이 도시철도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날 화재는 전동차 에어컨 환풍기와 연결된 집전장치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사고 열차는 1994년 제작돼 21년째 운행되고 있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열차의 절반 이상(51.7%)이 차령 25년을 넘겨서 유사 사고가 계속 발생할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