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서울 중랑구 신내동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 주민 100여명이 피켓과 현수막을 앞세워 모였다.

손에 든 피켓에는 '주거환경 파괴하는 고속도로 중단하라' '새솔초 학생들 교육환경 망친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참가자 중엔 유모차를 끌고 오거나 품에 아이를 안은 엄마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10일 '신내우디안 2단지 고속도로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9일부터 한 달째 아파트 단지와 인근 초등학교 앞을 지나는 '구리-포천 고속도로' 공사 반대집회를 열고 있다.

구리와 포천 사이 50.54㎞를 잇는 이 고속도로는 2조5천900억여원이 투입돼 2017년 6월 완공된다. '제3차 수도권 정비계획'의 하나로 수도권 동북부지역의 교통난 해소와 지역 개발 촉진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주민들은 3차선 도로 하나를 두고 아무런 차폐 시설 없이 공사가 진행돼심각한 소음·분진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인근 새솔초등학교와 공사 현장 사이의 거리가 직선거리로 80ｍ에 불과해 교육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추후 7ｍ 높이의 방음벽이 설치될 예정이지만, 22층 높이의 아파트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주민들의 입장이다.

새솔초에 다니는 3학년 아들을 포함해 자녀 셋을 둔 주민 박민지(32·여)씨는 "운동장 바로 앞에 고속도로가 지어진다면 얼마나 큰 소음이 발생하겠느냐"며 "뜻을 같이하는 학부모끼리 등교 거부 운동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박씨는 "한 엄마는 분진 때문에 창문을 열어뒀더니 아이가 급성 폐렴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며 "공사 현장 분진과 관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구릉산 일부를 깎아낸 공사 현장에 폭우를 대비한 안전시설이 없다는 것은 또 다른 걱정거리다. 주민들은 비가 올 때마다 흙탕물이 그대로 쓸려 내려온다며 고속도로 구릉산 구간 지하화를 요구하고 있다.

김병일(65) 공동대표회장은 "앞으로도 집회를 계속하고 국토교통부, 서울시청, 환경부 등을 찾아가 우리 뜻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 구간을 건설하는 대우건설 관계자는 "주민들의 요구를 따르기에는 설계 변경, 비용, 시간의 한계가 있다"면서도 "공사 기간에 임시 방음벽을 설치하고 살수차를이용해 분진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