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부산 북구 화명동 대천천에 피서객이 마구 버린 쓰레기가 가득 쌓여 계곡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전민철 프리랜서 jmc@kookje.co.kr

- 가파른 길 주정차도 문제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되기 전인데도 부산의 소중한 도심 속 하천 대천천 계곡이 행락객의 쓰레기 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피서객은 법으로 금지된 취사를 하고, 계곡 곳곳의 널찍한 바위는 인근 음식점이 홍보를 빙자해 '떡칠'해놓은 페인트를 뒤집어써 흉물이 돼 버렸다.

15일 오후 부산 북구 화명동 산성로 인근 대천천. 청정 계곡인 이곳에는 때 이른 무더위를 피하려는 이들이 몰렸다. 본격적인 피서철은 아니지만, 물장구를 치며 주말을 보내는 시민의 웃음소리로 계곡은 떠들썩한 휴가철 분위기가 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계곡 안의 실제 광경은 딴판이었다. 진입로 곳곳에는 과자와 라면 포장지가 잔뜩 버려져 있었고, 계곡 어귀 쓰레기 분리수거장에는 분리 배출되지 않은 쓰레기가 쌓여 악취와 구더기, 파리가 득실거렸다. 쓰레기는 바닥을 뒤덮고 더미를 이뤘다.

계곡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행락객이 휩쓸고 간 자리는 불판을 피운 숯 찌꺼기와 함께 검게 그을려 있었으며, 과일 껍질, 술병, 페트병이 그대로였다. 계곡 입구에 '취사 야영 낚시를 금지한다'는 구청의 게시판이 있지만, 일부 행락객은 버너에 라면을 끓여 먹는 등 취사 행위를 버젓이 했다. 상류에서 떠내려온 음식포장지 등 쓰레기가 하류의 바위와 물속 깊은 곳, 손이 닿지 않는 지점에 걸려 있었다.

무질서는 쓰레기뿐만이 아니다. 계곡 곳곳에는 음식점 전단이 붙은 게시판이 말뚝으로 고정된 채 울긋불긋 설치돼 있고, 몇몇 바위는 음식점 배달 전화번호가 페인트로 칠해진 채 방치돼 있었다. 이날은 한 남성이 술에 취해 속옷까지 벗은 채 고성을 지르며 계곡 이곳저곳을 활보해 가족 단위 행락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행락객의 산성로 주변 불법 주정차도 문제다. 계곡 주변에 별도 주차 공간이 없다 보니 '불법 주정차 때 견인 조치한다'는 구청 표지판이 있어도 일부 행락객은 갓길 불법 주정차를 일삼는다. 이 탓에 좁고 가파른 산성로가 더욱 위험하고 불편해진다는 게 금정산 관리요원의 설명이다. 북구 관계자는 "다음 달 초 대천천 주변 2.1㎞ 구간에 안내소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30여 명의 공공근로자가 행락질서 계도, 취사·무단투기 단속, 차량 통제, 종량제봉투 판매 등을 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