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륜 전 부산고검장은 지난 25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당시 법무장관으로 있던 1991년 '오대양 사건' 수사과정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구속하기 전날 수사팀을 교체한 것은 비정상적이었다고 비판해 주목된다.

심 전 고검장은 이날 한 종편방송에 출연해 "전쟁 중일 때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 법인데, 1991년에는 (오대양 사건) 수사 지휘 사령탑으로 대전지검 차장검사였던 저는 물론 부장검사, 담당검사까지도 새로 교체됐다. (인사 문제로) 수사에 쫓길 수밖에 없었다"고 되돌아봤다.

이는 심 전 고검장이 대전지검 차장검사로 있던 1991년 7월 30일 오대양 사건의 참고인 자격으로 부른 유 전 회장을 체포했으나, 8월 1일 자로 서울 남부지청 차장검사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심 전 고검장은 당시 검사 교체가 "법무부의 정기 인사였다"면서도 "오대양 사건이 국가적 사건이었으므로 그럴 때는 조금 유예를 하든지, 다른 보완책으로 수사 검사들을 바꾸지 않는 선에서 했어야 정상적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김기춘 실장의) 인사 강행은 무관심 또는 사태의 본질을 방기한 면이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심 전 고검장과 함께 오대양 사건을 수사했던 이재형 당시 대전지검 특수부장도 함께 인사발령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당시 법무장관이던 김 실장이 오대양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를 이례적으로 교체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당시 인사는 오대양 사건과 관련 없이 예고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