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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마을기업-지역에서 싹트는 희망 <17> 합천 효심푸드

할머니들 키운 콩으로 깐깐하게 빚어낸 장맛…수년간 정성이 결실로

  •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  |   입력 : 2014-05-21 19:36:44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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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효심푸드 회원들이 장독에서 지난해 담근 된장을 꺼내 상태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이완용 기자
- 마을 30가구 농약 없이 콩 재배
- 메주 만드는 공정 암반수 고집
- 염전서 최고급 여름소금 구입
- 무형문화재 장인의 옹기 사용

- 메주 띄우기·염분 함량 맞추기
- 된장 치대기에 정성 기울여
- 2011년 만든 장 작년 가을 출고
- 주민들 장담그기로 일삯 벌고
- 사회적 약자 돕기에도 앞장서

차를 몰고 경남 진주에서 합천읍방향으로 운행하다 쌍백면 소재지를 통과해 왼쪽으로 돌아 한참을 더 올라가면 묵실마을이라는 곳이 나온다. 합천에서도 오지로 불릴만큼 개발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마을 곳곳에는 지금까지 돌담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정도로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마을 뒤쪽의 산과 논이 맞닿은 위치에 자리잡은 마을기업 '합천효심푸드'를 보면 두 번 놀란다. 장류를 만드는 공장이라지만 우선 서글퍼(?) 보인다. 여느 전통장류공장처럼 황토나 토담으로 번지르하게 하게 꾸며진 사업장이 아니다. 시멘트를 바른 마당에 옹기가 널려 있고 그 옆에는 판넬로 만든 작업동과 관리동, 무쇠솥 4개가 걸린 야외부엌이 전부다. 이게 무슨 기업인가 싶어 마뜩찮은 생각을 가졌다가 총무 구영민(45) 씨로부터 과학적인 제작과정을 설명듣고 나면 또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충대충은 용서 못한다

이곳에서는 메주를 마을주민들이 생산한 콩으로만 만든다. 수백, 수천평의 논밭에서 상업적으로 길러내는 콩이 아니라 마을 할머니들이 논두렁이나 밭이랑 사이에서 조금씩 심어 수확한 것들이다. 이 기업이 30여 가구에서 콩을 사들인 장부를 보면 물량은 대부분 한 가정마다 1~3말가량 씩이다. 10말을 넘긴 곳은 3가구에 불과하다. 농약을 거의 치지 않고 재배한 안전한 콩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합천효심푸드는 콩을 씻고 불리고 삶아 메주를 만드는 전 공정에 반드시 암반수를 쓴다. 마을의 우물물도 깨끗하지만 만에 하나 대장균이 과다하게 검출될까 싶은 마음에 암반수를 고집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물값으로만 연간 100만 원이 넘게 들어간다. 처음에는 주민들도 지천으로 흘러내리는 마을 물을 두고 굳이 돈을 들여 암반수를 사 온다고 불평했지만 지금은 이해하고 있다. 비싼 돈을 지불하더라도 최고의 장류을 만들어야 한다는 믿음에서다.

장을 담글때 쓰는 소금도 최고급품이다. 주민들이 전남 신안군까지 찾아가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한 뒤 여름소금을 사온다. 자칫 잘못해 젓갈을 담는 염장용 봄소금을 구입하면 장류의 맛을 망치고 만다. 간수도 보통 1년 이상 빼낸 뒤 사용한다.

장을 담그는 90여 개의 옹기 역시 무형문화재인 울산의 한 옹기장이 만든 최고품이다. 일반 옹기보다 훨씬 비싸지만 명품을 만드는 데는 명기를 사용해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주민들은 아무리 바쁜일이 있어도 한달에 서너 번씩은 옹기를 닦는다. 젖은 수건으로 씻고 마른 걸레로 닦아야만 옹기가 숨을 쉴 수 있어서다.

■파는 것보다 어떻게 만드는가가 중요

장류를 만들 때 합천효심푸드 사람들은 3가지 일에 세상에 둘도 없이 정성을 들인다.

첫째는 메주 띄우기다. 황토방에 짚을 깔아 메주를 말릴 때는 갓난 아기를 돌보듯 이불도 덮어준다. 이렇게 6~7일을 돌봐야 메주가 골고루 말라 균일한 장맛을 낼 수 있다. 두번 째는 염분 함량을 20도로 맞추는 일이다. 장을 담그는 마을 할머니들의 입맛은 비교적 짠데 비해 도시의 소비자들은 싱겁게 먹기 때문에 염분함량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자칫 한눈을 팔면 좋은 장류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세번 째는 된장 치대기다. 된장을 담고 3~4개월 숙성시킨 뒤 된장과 간장을 분리하는 작업이다. 간장 뿐 아니라 된장 맛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이 과정이 필수적이다. 건저낸 메주덩어리를 치댈 때는 암반수를 섞어 짜지 않게 한다.

이렇게 만든 장류들은 각각 이름표가 달린 채 마당에서 2~3년 숙성을 거친다. 2011년에 만든 된장과 간장은 '묵골엄마된장'이라는 상표로 지난해 가을부터 출고가 시작됐다. 지난 해에는 농협하나로마트와 로컬푸드 직매장에 진출했다. 올 들어서는 창원의 사회적기업지원센터 직영점과 합천영상테마파크전시장, 황매산특산품직매장 등에서도 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발족한 합천효심푸드는 철저하게 회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이 마을의 38가구 가운데 17가구가 회원이다. 주민들은 심은 콩을 이곳에다 팔고 장담그는 날에는 일삯도 번다. 또 장류를 팔아 소득이 생기면 원재료와 경상경비를 제하고 배당금도 받아간다. 지금은 그다지 소득이 없어 큰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가을 이후 지금까지 6000여만 원의 매출을 올려 주민들은 꿈에 부풀어 있다.

회원들은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일에도 열심이다. 올해에는 쌍백면 관내 사회적 약자 12명에게 노인돌봄바우처 이용대상자가 내야하는 본인부담금 7만 원씩을 지원했다.


# "무작정 귀농한 가족에 어르신들 도움 줘…명품 장류 만들어 보답할 것"

■ 구영민 영농조합법인 총무

"마을 어르신들이 제가 하는 일이라면 철썩같이 믿어 주고 또 용기를 주시는 바람에 그저 신이 납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명품 장류를 만들어 보답할 각오 입니다."

영농조합법인인 '합천효심푸드'를 설립해 총무를 맡고 있는 구영민(45·사진) 씨. 그는 2006년 부산에서 10여 년동안 식품회사를 다니다가 그만 둔 뒤 무역회사를 차렸다. 그러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자 이번에는 도시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매를 데리고 부인과 함께 무작정 시골을 찾았다. 흙과 자연을 좋아하는 부인과 의기가 투합,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심산으로 '사고 아닌 사고'를 쳤다.

처음에는 이곳에다 예쁘고 깜찍한 내집을 지어 가족들과 오순도순 살고 싶었다. 하지만 농사일을 모르는 데다 힘을 많이 써야하는 농촌생활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마을 어르신들이 쌀이며 반찬거리를 나눠 주고 농촌에서 살아가는 요령을 일러 주는 바람에 생활하는 데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다. 부산 영도구에서 태어나 농사일이라고는 몰랐던 그는 처음 3~4년동안은 이웃집의 농사일을 거들거나 공사장에 따라 다니며 번 돈으로 생활하기도 했다. 그런 틈틈이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 할 수 없는 전기나 가스 등을 수리하는 일이 생기면 손발을 걷어붙이고 앞장서 도왔다.

이같은 구 씨의 심성을 알고 있던 어르신들은 이 마을이 2011년 합천군이 공모한 그린희망마을에 선정되자 영농조합법인의 총무를 맡겼다. 또 지난해 정부가 추진하는 마을기업에 선정되자 업무전체를 아예 전담토록 하고 있다.

지금의 마을기업은 사업 초기라 이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된장과 간장 이야기가 나오면 눈동자부터 또렷해진다. 구 씨는 "효심푸드 상표의 장류는 우리나라 최고가 돼야 한다는 각오로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며 "우리 부모님이나 가족에게 줄 청정 먹거리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일해 꼭 잘 사는 부자마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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