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의원 제안 받아들여

- 중재기구 통한 보상안 놓고

- 반올림과 견해차 신경전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직업병 피해 노동자에 대한 보상 협상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중재안에 대한 삼성전자의 공식 입장 표명을 계기로 구체적인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조율이 필요하지만 교착 상태에 있는 협상이 물꼬를 텄기 때문이다.

14일 삼성전자가 내놓은 기본 방침은 반올림, 정의당 심상정 의원 측의 요구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아 2007년 숨진 황유미(당시 23세) 씨의 가족은 7년 동안 삼성전자 측에 대책을 요구해 왔지만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 이런 가운데 사측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입장 표명은 앞서 지난달 삼성전자가 심 의원의 중재 제안을 받고서 조만간 경영진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뒤 한 달 만에 나왔다. 

하지만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보상 문제를 놓고 삼성전자와 반올림 간 입장이 엇갈리기도 했다. 당시 심 의원의 제안서에 포함된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보상안 마련' 부분을 놓고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견해차를 보이며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반올림은 이날 오후 공식 발표에서 "제3의 중재기구는 반올림의 의견이 아님을 지난달 14, 17일 두 번에 걸쳐 공식적으로 밝혔다"며 "그런데도 삼성은 반올림이 중재기구를 제안한 것처럼 또다시 주장하니 유감"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은 "당사자, 가족 등과 상의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가 구성되도록 하고 중재기구에서 보상 기준, 대상 등 필요한 기준을 정하면 따르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 문제는 삼성전자가 제3의 중재기구 문제를 협상 대상이나 방식으로 연계할 의도가 없음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일단락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는 황유미 씨가 2007년 3월 급성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고 고인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같은 해 6월 산업재해 유족급여를 신청했다. 이후 그해 11월 반올림이 발족했고 백혈병 피해자들의 산업재해 신청과 행정소송 등이 잇따랐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지난해 12월 처음 본협상을 시도했다.

한편 올해 개봉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상영관 축소와 관련해 외압 논란이 일었다. 이 영화는 삼성반도체를 상대로 첫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이끌어 낸 황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