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부회장)는 14일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한 노동자의 백혈병 발병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합당한 보상을 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권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직원 가족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지난달 9일 제안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움을 겪으신 당사자, 가족 등과 상의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가 구성되도록 하고, 중재기구에서 보상 기준과 대상 등 필요한 내용을 정하면 그에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2007년 제기된 백혈병 문제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 부회장은 가족과 반올림, 심 의원 측에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안전보건 관리현황에 대해 진단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발병 당사자와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업재해 소송에서 보조 참가 형식으로 관여해 온 것도 모두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전자의 입장 발표가 피해자와 가족들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어루만질 수 있길 바란다"며 "피해자 가족, 반올림과 성실히 협의해 조속한 시일 내에 문제가 최종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올림도 이날 온라인 카페에서 "삼성이 이번 발표를 첫걸음 삼아 더욱 진정성 있는 자세로 문제 해결에 임할 것을 기대한다. 지난 5개월간 중단된 반올림과 삼성의 교섭을 이른 시일 안에 재개할 것이며, 반올림을 교섭 주체로 분명히 인정하고 우리의 요구안에 성실히 답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앞서 심 의원과 반올림은 지난달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전자에 ▷삼성 반도체 백혈병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공식 사과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보상 ▷제3의 기관을 통한 반도체 사업장 종합 진단과 직업병 재발방지 대책 시행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