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부산대 보건진료소에 결핵 예방과 감염 진단법 등을 담은 포스터가 붙어 있다. 부산대에서는 A 학과 학생 14명이 결핵 확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학교 측 행사 자제 요청 그쳐
- 소극적 대처가 화 키운 꼴

부산대에서 '후진국 병'으로 인식되던 결핵에 감염된 환자가 속출했다. 보건 당국과 대학 측의 대응이 미흡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부산대 A 학과 재학생 14명이 결핵 환자로 확진됐다고 13일 밝혔다. 이 외에도 같은 학과 재학생 60여 명이 결핵균을 가진 '잠재결핵감염자'로 판명났다. 이들은 채광이나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강의실 등 결핵균이 생존하기 쉬운 환경에서 오랫동안 수업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월 이 학과에서 결핵 환자 1명이 확인돼 지난 2월부터 같은 학과 학생 등 300여 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시행한 데 이어 A 학과 재학생 외에도 교직원과 졸업생, 휴학생, 다른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민대와 광운대 등지에서도 학생 12명이 홍역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질병관리본부가 전염성 질환에 대한 피해 사실과 치료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문제가 커졌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달 초 부산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교에 결핵이 퍼지고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이른바 '결핵 괴담'(본지 지난달 1일 자 8면 보도)이 나돌았고, 이는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부산대 측은 지난 3월 27일 자로 결핵 환자의 발생 사실 및 증상과 함께 예정된 단체행사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만 학내 각 기관에 전달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문제는 이 시점 이후 지난달 A 학과 재학생 중에서 2명이 추가로 결핵 확진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한 해 중 결핵 관련 조사만 전국에서 1000여 건 이상 시행한다. 부산대와 비슷한 규모의 학교와 시설 등지에서 이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 특별히 알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부산대 관계자는 "아직 해당 학과 외부로는 결핵 감염이 확대되지 않았다. 결핵에 걸린 학생들을 특별 관리하고 환자가 추가로 발견되면 조치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결핵은 감염성이 강한 질병이어서 빠른 진단과 치료로 질병 확산을 막아야 한다. 특히 집단적으로 발병한 경우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초기에 학내 인터넷 게시판이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질병 사실과 예방·치료법 등을 확실하게 공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