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부산시민공원의 자원봉사자들이 공원을 찾은 시민에게 지도를 펼쳐 보여주며 길을 안내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市 달랑 90명 교육시켜 현장투입
- 풀뽑기 등 단순 업무하는데 그쳐

- 공원활동가·봉사자 대폭 확충
- 숲해설·프로그램 개발 등 참여
- 인적 네트워크 구축 활용 필요

- 나무 한그루도 공공 재산 인식
- 시민들 에티켓 준수 자세 필요

부산시민공원이 세계적인 명품 공원이 되려면 지역 408개 공원의 전체 문화를 선도하는 공원문화운동 허브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원활동가와 자원봉사자를 대거 양성해야 한다. 또 시민공원을 찾는 시민 스스로 에티켓을 지키는 문화운동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부산시는 아직 이런 계획이 없다. 단순히 시민이 와서 보고 즐기는 프로그램만 있다.

■ 공원활동가 많이 양성해야

	이날 시민공원의 터널분수에서 청소년들이 물을 맞으며 뛰어다니는 모습.

시민공원은 단순한 근린공원이 아니다. 부산을 대표하는 대공원으로서 지역의 자존심이자 도시의 품격을 좌우하는 상징적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려면 새로운 공원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복지단체는 여성과 노인, 장애인, 아동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공원에 비치한 휠체어는 2개밖에 없고, 수유실 시설도 수준 이하다. 문화계는 문화적 욕구를 분출하는 공간을 원한다. 시민사회는 자원봉사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공원이 되길 바라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공원인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는 숲, 연못, 잔디, 정원, 동물원, 시립미술관, 스포츠 시설, 호수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시민이 만드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고 있다. 일본 국영 쇼와기념공원은 '녹지 회복과 인간성 향상'을 테마로 풍부한 녹지에 다양한 문화를 담고 있다.

이런 내용을 시민공원에 담아내려면 인적 네트워크 확보가 우선이다. 공원 해설과 이용 프로그램 개발, 유지·관리를 지원하는 공원활동가와 자원봉사자를 육성해야 한다. 관이 주도해 만들고 시민은 이용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숲 프로그램을 맡은 서울숲사랑모임은 모범적으로 공원활동가를 양성하고 자원봉사자 간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부산시는 시민공원 개장에 맞춰 자원봉사자 90명을 교육해 현장에 투입했다. 그러나 이들은 공원해설사 역할을 기대했는데 쓰레기 수거나 풀 뽑기, 유모차 대여 등 단순 업무에 투입되면서 불만이 많다. 한 자원봉사자는 "부산시에서 시설공단으로 운영권이 넘어가면서 자원봉사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그만두는 사람도 생겼다"며 "숲 해설 과정 등 전문적인 역량을 키웠는데도 유모차 대여, 길 안내 등 단순 봉사밖에 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자원봉사자 숫자 역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영국의 마일엔드파크에는 1만70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다. 시민공원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1만 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를 확보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민간단체 중 공원활동가를 양성하는 곳이 있다. 2009년 민관파트너십에 의해 만들어진 부산그린트러스트는 현재 그린아카데미를 운영 중인데, 여기서 그린리더를 양성하고 있다. 현재까지 100여 명을 양성해 쌈지공원 조성, 도시농업 커뮤니티에 도움을 주고 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사무처장은 "시민공원 개장을 서두르다 보니 활동가와 자원봉사자 인력 풀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으니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대 김승환(조경학과) 교수는 "시민공원 개장을 기회로 시민이 공원의 주인이 되고, 도시 녹지를 확보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녹색운동을 전개할 때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를 밝고 활기찬 곳으로 개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 공원 지키려는 시민의식 중요

시민공원에는 금연, 금주 등 몇 가지 금지 규정이 있긴 하다. 무엇보다 공원을 시민이 스스로 지켜내려는 시민의식과 에티켓이 중요하다. 개장 이전에 이를 시민이 충분히 공유하는 작업이 미흡했다. 지난 연휴에 발생한 시민의식 실종 역시 이런 것을 준비하지 못한 시의 잘못이 크다는 지적이다.

시민공원 이용자가 갖춰야 할 에티켓은 다음과 같다. 술을 마시지 않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자기 쓰레기는 가져가는 것이 가장 좋다. 시설공단은 연휴 기간 쓰레기 사태를 치르고 난 뒤 공원 출입구에 쓰레기통을 마련했다. 애완견을 데리고 올 때는 목줄을 반드시 매고, 배변봉투를 준비하자. 너무 큰 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부르는 행위는 가능하면 삼가는 것이 좋다. 될 수 있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텐트를 치고 취사를 하는 것은 공원을 죽이는 행위인 만큼 금물. 꽃과 나무, 잔디밭은 시민 모두의 재산이므로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자.

이와 관련해 부산시 관계자는 "조만간 시민단체와 함께 공원 이용 서약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오시는 분들 자기 쓰레기만이라도 되가져갔으면…"

■ 역사관서 안내봉사 서순애 씨

- 밀려드는 인파에 안전사고 걱정
- 봉사자 옷장 등 작은 배려 아쉬워

부산시민공원 역사관에 가면 서순애(여·59) 씨를 만날 수 있다. 서 씨는 자원봉사자다. 매주 목,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4시간 동안 역사관 안내를 맡는다.

지난 3~6일 황금연휴 기간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관람객이 밀려왔다. 당시 상황을 묻자 그는 "그때는 관람객이 너무 많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며 운을 뗐다. 지난 4일에는 1만 명, 어린이날엔 1만5000명, 석가탄신일에는 1만2000명이 역사관에 몰렸다. 역사관 내부는 관람객들로 가득 차 통로가 막힐 정도였고 전시 안내는 꿈도 못 꿨다. 서 씨는 "혹시 안전사고라도 일어날까 봐 걱정이 앞섰다. 관람객이 너무 많아 짜증을 내는 이도 있었지만, 자원봉사자가 잘못 대응하면 시민공원의 이미지에 누를 끼치게 되니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얼굴 찡그리지 않고 최대한 상대방의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봉사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서 씨는 자원봉사가 몸에 뱄다고 할 수 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전부터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부산시자원봉사센터의 시민공원 자원봉사 아카데미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그는 "모든 시민이 손꼽아 기다려온 시민공원 개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자원봉사자 입장에서 시민에게 바라는 점도 있다. 그는 "개장한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았는데 뿌리도 채 내리지 못하고 잔디들이 많이 죽어 안타깝다. '이곳이 내 집'이라는 생각을 하고 조금만 행동을 조심해줬으면 좋겠다. 자원봉사자들이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면 차차 시민의식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씨는 개장 초기 지적됐던 쓰레기 투기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쓰레기 되가져가기 캠페인'을 제안했다.

서 씨는 "시민 누구나 마음을 먹으면 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며 "체력이 뒷받침된다면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의 처우 개선 방안도 제시했다. 시민공원 내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는 90명 정도다. 이들은 시간별로 나눠 공원 안내, 질서 유지 등을 담당한다.

그는 "방문자센터 지하 1층에 자원봉사실이 있는데 유니폼을 걸 수 있는 옷장이라도 설치하는 등 조금만 신경을 써준다면 더욱 보람찬 마음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