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최대 20만 명 이용했지만

- 쉼터 매점 등 모자라 시민 불만 

- 나무들 이제 갓 심어 그늘 부족

- 표지판 적어 어른도 헤매기 일쑤

- 市, 이달 중 개선 방안 마련키로

100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온 부산시민공원이 개장 일주일을 맞으면서 곳곳에서 관리상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세계 최고 공원 설계가인 필드 코퍼레이션의 제임스 코너에 맡겨 설계는 어느 곳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운영으로 '불만 가득한 공원'이 되고 있다. 아직 공원 운영의 준비가 덜 됐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시민공원의 운영상 문제점과 나아갈 바를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시민은 6679억 원을 들여 도시 한복판에 조성한 공원을 찾았다가 실망한 채 돌아가기 일쑤다.

이용객들은 넓은 공원(47만여 ㎡)에 비해 부족한 쉼터를 가장 불편한 사항으로 꼽았다. 시는 24곳에 쉼터를 조성했지만 하루 최대 20만 명이 이용한 공원치고는 너무 적다. 그렇다고 나무 그늘이 많은 것도 아니다. 나무는 이제 갓 심어 잎이 무성하지 않다. 총 1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지만 넓은 그늘을 제공하는 나무는 수백 그루에 불과하다. 공원을 꼼꼼히 둘러보려면 4시간가량 걸리는데도 쉴 곳이 부족해 심신을 재충전하려다 고생만 하는 꼴이다. 이효선(여·24·부산 부산진구 연지동) 씨는 "개장 이후 거의 매일 공원을 찾는데 자외선 차단 토시, 선글라스, 양산이 필수"라고 말했다.

시민공원은 큰 규모에 비해 안내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어른마저 길을 잃기에 십상이다. 어디를 가면 무엇이 있는지 쉽게 알 수 없다. 화장실을 찾다가 고생한 시민이 한둘이 아니다. 목이 말라 음료수를 사 먹으려고 해도 매점 등 편의시설 하나 찾기가 쉽지 않다.

유아 수유실 위치도 도마에 올랐다. 남자 화장실 옆에 커튼도 하나 없이 설치돼 아이 어머니가 이용하기에는 너무 힘든 장소였다. 공간도 좁아 유모차가 들어가지 못했고, 의자도 두 개밖에 없었다.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배려도 아쉬운 대목. 성현준(41·부산 금정구 장전동) 씨는 "거동이 불편한 장인을 모시고 갔는데 휠체어가 두 대밖에 없어 이용하지 못했다. 명품공원이라면 이런 점도 배려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공연 등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꽤 있었다. 한 시민은 "길을 가다 보니 넓은 빈터가 많은데, 아이들은 놀기만 하니 지겨웠다. 주말이라도 문화 공연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개장을 서두른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것이 잔디다. 잔디가 제대로 활착이 안 된 상태에서 개장하다 보니 상당수가 누렇게 죽었다. 시민들이 이를 많이 밟고 지나간 게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활착도 안 된 상태에서 개방한 것이 더 큰 문제다. 면적의 30%가 잔디로 구성된 송상현광장이 잔디 활착 등 문제로 다음 달 12일로 개장을 연기한 것과 비교된다. 

시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당장 개선할 것은 바꾸고,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점검해 이달 중으로 종합개선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시는 먼저 부족한 표지판도 대대적으로 보강할 예정이다. 또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하늘빛폭포와 터널분수 등 가동 간격을 60분에서 40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부산경실련 이훈전 사무처장 직무대행은 "개장 후 불거진 문제는 시가 개장을 서두르고 예상되는 문제에 대비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 모든 것을 시가 단기간에 하려고 하지 말고 시민과 함께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