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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이어야 할 인명 구조 방법이 여론에 좌우 "현실이 참담"

새로울 것도 없고 획기적인 방법도 아닌 논리 일부 언론이 퍼날라 파문 확산

가족들 애타는 마음 아랑곳 없이 진실한 사과 대신 자기 방식 검증 노려 더 씁쓸

박수현 수중탐사 기자의 뉴스분석-세월호 참사 현장의 '다이빙 벨' 논란 씁쓸

  • 국제신문
  •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  입력 : 2014-05-02 10: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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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형 다이빙 벨에서 나온 잠수사가 수중작업을 위해 발판에서 대기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박수현 기자/ 편집국 사진부
 세월호 구조작업에 나선 잠수사들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시속 10~12㎞에 이르는 조류였다. 설상가상으로 20㎝ 정도에 불과한 수중시계는 잠수사들의 이동을 촉각에만 의존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일반인들이 상상도 못할 일을 진행해갔지만 302명의 실종자가 사망자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안타까움을 넘어서 무기력함에 빠져들었다. 여기에 더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과 너무나 많은 '전문가'의 견해 등이 나타나자 여론은 구조 과정 자체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해양경찰이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민간잠수사들의 참여를 막았다는 음모론이 등장하고 여기에 더해 JTBC는 메인 뉴스시간을 통해 알파 수중기술 이종인 대표의 "유속이 세고 시야 확보가 어렵다는 건 다(구조당국) 핑계다. 다이빙 벨을 활용하면 조류의 세기와 관계없이 20시간 연속 작업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여과 없이 소개하면서 갈등과 불신을 증폭시키더니, 인터넷 개인 매체 '고발뉴스' 이상호 씨는 실종자 가족과 구조당국의 면담에서 질문자로 나서 다이빙 벨 투입을 압박해나갔다.

폐쇄형 다이빙 벨이 수중으로 투하되고 있다. 이 벨 속에는 잠수사가 탑승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사람들은 자신들이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고 하지만 다이빙 벨이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를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은 여론 재판의 대상이 되어 일부는 신상 정보까지 털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론에 떠밀려 다이빙 벨 투입이 승인되었지만, 여론은 다이빙 벨을 바다에 넣지도 못하고 있는 이종인 씨에게 압박을 가해나갔다. "왜 자신 있게 이야기 하더니 못하느냐고…."

 1일 이종인 씨는 몇 차례 시도 끝에 다이빙 벨을 물속에 집어넣긴 했지만, 잠수사들의 수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실종자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철수하고 말았다. 그런데 철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사업을 알리고 싶었다는 솔직한 고백과 소비적인 논쟁으로 인한 국민적 갈등 발생과 구조 시간 지연에 대한 사과로 끝나야 했는데, 자신이 공을 세우면 현재 있는 잠수사들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는 말은 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남긴다.

폐쇄형 다이빙 벨을 통한 작업 그림. 국제신문 DB


 그런데 이종인 씨가 들고 나온 개방형 다이빙 벨이 새로운 기술도 아니거니와 획기적인 구조 방법은 아니다. 웬만한 수중공사 및 구난업체라면 한 번씩 이용한 경험을 지니고 있는 일반적인 기구이다. 물론 잠수사를 태운 다이빙 벨을 크레인에 매달아 목표 수심까지 수직으로 이동시키면 현장에 접근하기가 쉽다. 또한 호흡기에 이상이 있을 때 다이빙 벨에 형성된 에어포켓을 통해 호흡을 유지할 수 있으며, 작업공구와 기구 등을 보관하기도 용이하다.

 다이빙 벨 시스템이 잠수사의 작업에 도움을 주는 장비인 건 맞지만, 모든 현장에서 사용할 수는 없다. 세월호 사고 현장처럼 유속이 빠르고 수온이 11도 정도인 차가운 바다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해군 청해진함에는 물과 완전히 차단되고 압력조절 기능을 갖춘 폐쇄형 다이빙 벨인 포화잠수벨을 보유하고 있지만, 사고 현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투입하지 않았다. 이종인 씨의 개방형 다이빙 벨의 경우 폐쇄형과 달리 에어포켓 형성을 위해 수평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맹골 수도의 거센 조류에 흔들리면 내부의 에어포켓이 확보 되지 않는다. 또한 조류에 떠밀린 다이빙 벨이 바다 속에서 시계추처럼 흔들리다 2차 충돌이라도 발생한다면 다이빙 벨에 타고 있는 잠수사뿐 아니라 인근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는 다른 잠수사들에게도 위협을 가할 수 있다. 그리고 이종인 씨가 말한 것처럼 개방형 다이빙 벨로 20시간 이상 수중 작업을 한다는 것은 비과학적이다. 왜냐하면 다이빙 벨 속에서 쉬는 시간도 수중 체류시간에 포함되므로 결국 수상에 올라와서 감압챔버에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탓이다.


 힘들고 복잡한 재난이 생겼을 때 사람들이 여러 가설과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다. 콘트롤 타워가 명확하다면 의견들을 수렴해서 실행 가능한 것 검증된 것을 적용하면서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겠지만, 이번 경우처럼 콘트롤 타워가 흔들리다 보니 여론의 추이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양새를 노출 시키고 말았다. 과학적이고 전문적이어야 할 인명 구조 방법이 여론에 좌우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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