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호산촌협동조합' 직원들이 최근 열린 야생차 체험교실에서 차를 살펴보고 있다.

- 영남알프스 내 위치
- 자연물 상품화한 조합
- 작년 9월 마을기업 선정

- 대표 포함 직원 5명
- 시골·자연이 좋아 귀농
- 야생차·쑥차·감잎차 등
- 직접 채취 가공해 판매
- 일반인 체험교실 열고
- 차종별 효능교육도

- KTX역에 납품 시작
- 각종 박람회서 호평
- 효소 체험사업 등
- 아이템 확장 계획

	지난해 벡스코 유기농 박람회에 마련된 소호산촌협동조합 부스.

울산시와 경북 경주시의 경계를 이루는 고헌산(해발 1034m). 지정학적으로 한반도 백두대간 끝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주변의 신불산, 가지산 등과 함께 '영남알프스'로 일컬어지는 7개 산 가운데 하나다. 찾는 이들마다 '산업도시 울산에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고, 신령스런 느낌마저 드는 명산이 있을까'하는 생각을 가질 정도다. 산자락 곳곳에는 철마다 피어나는 다양한 꽃과 풀, 자연목들이 백두대간이 내품는 정기와 어우러져 누구나 대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울산의 대표적 마을기업인 '소호산촌협동조합'(울주군 상북면 소호리)은 이 같은 고헌산의 신비와 자연의 산물을 아이템으로 활용, 상품화해 주목받고 있다.

소호산촌협동조합은 지난해 9월 울산시로부터 마을기업으로 지정받았다. 탄생 1년이 채 안된 새내기 업체다. 명칭에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듯이 모태는 10여 년 전 출범한 조합이어서 나름대로의 경험과 역사를 갖고 있다. 굳이 차이를 꼽자면 조합 시절에는 자급자족을 주목적으로 자연물을 수확하거나 채취했고, 지금은 판매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점 등이다.

조합의 유영순(여·48) 대표는 "처음에는 야생차를 조금씩 생산해 판매 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수요가 늘어나 차를 채집하고 덖고 말리고 포장하는 데 일손이 더 많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의 일자리도 창출할 겸 본격적으로 상품화 해보자는 생각에 기업화를 하게 됐다"고 출범동기를 밝혔다.

여느 마을기업이 그렇듯이 소호산촌협동조합도 전체 직원이래야 유 대표를 포함해 5명이 전부다. 직원들은 유 대표와 마찬가지로 모두 소호마을에 주소를 두고 있으나 토박이는 아니다. 다만 시골이, 전원이, 자연이 좋아 도시생활을 과감히 버리고 모인 사람들이란 공통분모적 정서를 갖고 있다. 이들은 역할을 분담해 마을기업을 꾸려나가는 중이다.

기업의 전반적인 운영은 유 대표가 책임지고, 직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박현이(50) 씨는 회계를 포함한 사무를 담당한다. 임형우·이정자(여)·손성호 씨 등 44살 동갑내기인 3명이 각종 체험과 생산 등을 도맡고 있다.

이곳에서는 야생차, 쑥차, 감잎차, 상지차, 목련차, 감국차 등 10여 종이 넘는 엽차(葉茶)와 화차(花茶)를 생산·가공해 판매한다. 재료는 유 대표와 직원들이 고헌산에서 직접 채취하거나 재배한 것들이다. 마을기업은 소비자나 일반인이 야생차의 제조 및 생산과정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는 체험교실도 연다. 학생과 부모가 함께 할 수 있는 당일 체험은 물론이고 야생차 채취에서 가공, 포장까지 전 과정을 습득할 수 있는 심화과정(7주 동안 주당 1회 씩 실시)도 개설돼 있다. 각 차종별 특징과 효능을 배워가는 건 덤이다.

체험교실 주무격인 임 씨는 "농촌에서 태어난 사람도 차를 직접 만들어 본 사람이 드물다. 게다가 참가자들 대부분이 도시에 살다보니 더욱 그렇다"면서 "그래서인지 대부분이 진지한 태도로 배우고 감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호산촌협동조합은 마을기업 지정 이전의 수익까지 포함해 지난해 5000만여 원의 매출을 올렸다. 재료비와 인건비 등을 제하면 순이익은 아직 만족할 수준이 못된다. 그러나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은 마을기업의 출발 첫 해 매출치고는 그리 낙담할 수준은 아니다. 또 갈수록 판로도 넓어지고 있어 언젠가는 작지만 강한 마을기업으로 이름을 남길 것이라고 직원들은 자부한다.

지난해 옹기축제에서는 우연한 기회에 코레일 측과 연결이 돼 KTX역에 납품을 시작했다. 또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유기농 박람회'와 울주군 주최 '주민자치 박람회', 울산과 창원 롯데백화점에서 개최된 '마을기업 우수상품전' 등에 참가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를 발판으로 소호산촌협동조합은 내년부터는 지금보다 사업 규모와 아이템을 더 확장해 진정한 강소 마을기업 만들기에 한 발 더 바짝 다가가려 하고 있다. 우선 체험공간을 더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존의 체험이 다도 위주로 진행되다보니 덥거나 추울 때는 참가자들에게 불편을 줄 수밖에 없어서다.

효소 체험사업도 적극 검토 중이다. 고헌산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것들이 대부분 효소로 이용 가능한 재료들이기 때문이다. 또 효소가 최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는 점도 이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 "농가 소득 창출하고 사회적 공헌도 높은 마을기업 만들 것"

■ 유영순 대표

- 15년 전 놀러왔다가
- 시골 정취 반해 정착
- 귀촌·귀농인들과 함께
- 유기농 공동생산 판매

"농가의 새로운 소득을 창출하고 나아가 농촌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하는, 작지만 강하며 사회적 공헌도가 높은 마을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소호산촌협동조합을 이끄는 유영순(사진) 대표는 이 조직이 마을기업의 이상적인 본보기로 성장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마을기업을 단순히 생업의 방편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소호산촌협동조합의 성공을 바탕으로 공동체가 같이 성장하면, 지역사회에서 의미있는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각오 덕분에 소호산촌협동조합은 마을기업으로 지정된 지 6개월 남짓 됐지만 눈에 띌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 대표는 농촌 일을 잘 알거나 이전에 기업을 경영해 본 경험이 없다. 바닷가인 울산 동구 방어진 출신인 그는 대학 때는 일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15년 전쯤 아이들과 우연히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에 놀러왔다가 고즈넉한 시골·산골마을의 정취에 반해 이사를 오게 됐다. 처음에는 잠시 머물다 가려는 생각이 많았다. 그러다가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정착을 하게 됐고, 생업의 방편으로 유기농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유기농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던 터라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이웃에 하나 둘씩 귀촌·귀농인들이 늘어나면서 조합형태로 공동 생산·판매가 이뤄졌고, 여기서 얻은 경험이 마을기업으로 이어지는 토대가 됐다.

마을기업 운영에는 3, 4월 차나무 새순을 딸 때가 가장 바쁘고 힘든 시기다. 특히 목련차를 만들기 위한 재료는 꽃이 피기 전 몽우리 상태에서 순을 따야 하기 때문에 구하기가 어려운 데다 손이 많이 간다.

그래서인지 유 대표는 자신처럼 귀농이나 귀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 '환상을 갖지 마라'는 점을 조언한다. 그는 "정서적으로 풍요롭고 안정된 삶이 보장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시골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며 "먼저 어디서 무엇을 할 것인지, 그리고 이에 따른 충분한 지식과 경쟁력 등을 확보해야 실패 확률이 적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