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두 약속 땐 보상받기 힘들어
- 통신사 "개인간 문제" 책임 외면
- 소비자원 "녹취 자료 등 필요"
휴대전화를 살 때 보조금 지급을 약속하며 구매자를 끌어들이는 사례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구두로만 계약했을 때는 보조금을 받지 못해도 이를 보상받기 힘들어 휴대전화 구매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강모(여·24) 씨는 지난 2월 부산 금정구 A 통신사의 휴대전화 판매장에서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했다. 여러 판매장을 돌며 제품을 살피던 중 "이곳에서 휴대전화를 사면 구매 보조금 명목으로 현금을 10만 원가량 주겠다"는 판매자의 말에 마음이 동해 구매를 결정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휴대전화 판매 업주는 보조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고 최근 판매장을 폐업한 뒤 몰래 잠적했다.
강 씨는 "받기로 한 돈의 액수가 그렇게 크지 않아 신고나 대응을 하지 않은 피해자가 더 많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모(29) 씨는 "부모님이 아무 상의 없이 보조금을 지급 받는 조건으로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새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보조금이 들어오지 않아 전화로 따졌더니 '보조금을 주기로 한 적이 없다'며 잡아뗐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조금 지급 등을 미끼로 휴대전화 구매자를 모집하는 상술은 사그라질 기미가 안 보인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휴대전화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2010년 98건이던 상담 건수가 2011년 170건, 2012년 699건까지 늘었다.
한 휴대전화 판매점 관계자는 "휴대전화를 많이 팔면 팔수록 업체는 많은 차익을 남기게 되기 때문에 규모와 상관없이 많은 휴대전화 판매점이 보조금을 미끼로 구매자를 끌어들이고 있다"며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업체는 대부분 작정을 하고 고객에게 사기를 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 통신사는 판매점에서 구매자를 모집하기 위해 자체로 미끼 상품 격인 보조금을 내걸었기 때문에 통신사로서도 어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A 통신사 관계자는 "보조금 지급이 계약서상에 명시된 내용이면 통신사에도 보상의 의무가 있다. 하지만 단순히 구두 약속으로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면 개인 대 개인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통신사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휴대전화 보조금 미지급 문제와 관련해 이동통신사가 대리점 및 판매점에 대한 자체 단속을 소홀히 한 점을 인정해 통신사 측에 소비자가 입은 손해의 50%가량 배상 책임이 있다고 조정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를 위해서는 보조금 지급 약속을 입증할 녹취 자료 등이 필요하다. 구두로만 약속했다면 통신사에 법적 책임을 묻기 힘들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