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이틀째이던 지난 17일 진도체육관에서 정부 관계자가 실종자 가족에게 뺨을 맞았다. 사실 그는 사고의 원인 등과는 무관한 사람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너무했다'는 반응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며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을 까맣게 태워놓은 탓이다.

지난 20일 시신 유실 방지에 쌍끌이 어선을 활용한다는 해양수산부의 발표가 있었다. 언제, 몇 척이 동원되는지 세종시에 차려진 해수부 사고수습본부에 문의하니 진도군청 범정부합동사고대책본부(대책본부)로 대답을 떠넘겼다. 대책본부는 구조 관련 총괄은 해경이라며 전화를 끊었다. 해경 관계자는 "4척인 걸로 아는데, 현장 담당자가 정확히 알 거다"고 해놓고 현장 담당자가 누군지도 몰랐다.

함께 취재하던 동료 기자는 "시신 10구가 수습되자 대책본부에 어디로 이송되느냐고 물었는데, 영안실이 없는 병원을 일러줘 황당했다"며 허탈해했다.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실종자 가족을 비롯해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정부의 '헛발질'은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섣불리 '학생 전원구조'라고 발표했다가 뭇매를 맞았고,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실종자가 125명이라고 밝혔다가 두 시간 만에 293명이라고 번복하는 '사고'를 쳤다. 몇 명을 구해야 하는지 얼마 만큼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지 갈피조차 잡지 못한다는 뜻이다. 중대본은 이에 대해 해경 보고를 발표했다며 발뺌했고, 해경은 민간인 어선이 구조에 참여하다 집계가 잘못된 것 같다고 둘러댈 뿐 명확한 해명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런 모습은 중대본을 비롯한 사고 대응에 참여한 모든 기관의 전형적인 대처 방법이었다. 어디에 무엇을 물어보든 이 부처에서 저 부처로 미루다 결국에는 '모르겠다'는 말만 돌아왔다.

취재진이 사고 첫날인 지난 16일부터 진도와 목포를 오가며 목격한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도 '잘 모르겠다'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반복하며 우왕좌왕하는 정부 관계자들 탓이 크다.

'잠수부가 선체 진입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공기 주입을 위한 통로 확보'로 바뀌었고, '선체 공기 주입이 시작됐다'는 발표는 '콤프레셔가 운반 중'이라는 내용으로 번복됐다. 자녀가 실종 명단에 없어 학부모가 하수구까지 뒤졌다며 울먹이는 사이에 말이다. 이들은 "왜 우리가 뉴스를 보고 구조 상황을 알아야 하느냐"며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원했다. 하지만 '브리핑용 쪽대본' 이상의 정보를 알기는 어려웠다.

정부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이 수색·구조를 돕는 아이디어 대부분이 학부모의 머리에서 나왔다. 집어등이 달린 오징어 채낚기 어선과 잠수부 대기를 위한 잭업 바지선 투입 등이다. 정부가 실종자 가족에게 먼저 구조 방안을 제시하고 설득해야 정상이지만, 앞뒤가 바뀐 것도 모자라 실종자 가족의 제안도 3~4일이 지나서야 실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