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명보트 타고 있느냐" 묻자
- "배가 기울어 못 움직인다"
- 구명동의 착용 긴급 지시에
- 9시23분 "방송도 불가하다"…
- 11차례 갖던 교신 38분께 끊겨
- 승무원 승객 놔둔 채 탈출한 듯

세월호 선장 등 주요 승무원들이 사고 초기 미흡한 초동 대처로 피해를 키운 정황이 드러났다. 해상 사고 발생 후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이 있었지만 승무원들은 적절한 판단을 못 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내용은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20일 공개한 세월호와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교신 녹취록에 잘 나타나 있다. '잃어버린 31분'을 그대로 보여줬다. 녹취록에는 첫 교신이 시작된 지난 16일 오전 9시6분부터 오전 9시37분까지 31분간이 기록됐다.

교신 내용을 보면 진도 VTS는 세월호 승객 탈출을 지시하고, 인근 해역 선박들에 이에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세월호는 "탈출하면 구조해줄 수 있느냐"는 말만 되풀이했다. 교신 직후 탈출을 지시했다면 대형참사가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세월호는 지난 16일 오전 8시55분 목적지인 제주 VTS에 침몰 상황을 신고한 뒤 약 12분 뒤 오전 9시7분 진도 VTS(이하 VTS)와 교신을 시작했다. 9시12분 VTS는 "승선원들이 라이프래프트(구명보트)에 타고 있느냐"고 탈출 상황을 점검했고, 세월호는 "아직 못 타고 있다. 지금 배가 기울어서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

9시14분 VTS의 연락을 받고 세월호 접근을 시도한 D 선박은 "옆에 보트가 탈출한다. 좌현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접근이 위험하다"고 VTS에 보고했다. 당시 누군가 보트를 타고 탈출한 정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9시23분 침몰 직전이라는 D 선박의 보고를 받은 VTS는 세월호에 "경비정 도착 15분 전"이라며 방송을 통해 승객들에게 구명동의를 착용하라고 긴급하게 지시한다. 이에 세월호는 "방송도 불가능하다"며 "승객들을 탈출시키면 바로 구조되느냐"고 물었다.

9시25분 VTS는 "선장이 직접 판단해 탈출시켜라. 그쪽 상황을 모르므로 선장이 최종 판단해 승객 탈출을 시킬지 빨리 결정하라"고 선장의 신속한 판단을 촉구했다. 그러자 세월호는 "그게 아니고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탈출 후 구조 가능 여부만 거듭 확인했을 뿐 탈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VTS는 9시26∼27분 "경비정이 10분 이내 도착한다" "헬기가 1분 후 도착한다"며 구조 준비가 임박했음을 세월호에 알렸다. VTS는 9시37분 세월호에 재차 침수 상태를 확인했다. 이에 세월호는 "침수 상태 확인 불가하다"며 "해경과 옆에 있는 상선들은 50m 근접해 있고, 좌현으로 탈출할 사람만 탈출 시도하고 있다…방송했는데, 좌현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9시23분 선내 방송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세월호는 10분 후 선내 방송을 했음을 시사했다. VTS와 교신 20분 만에 처음으로 '탈출'을 언급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