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물살 강한 맹골수도에서…선장 쉬고, 경력 1년 신참 항해사 키 잡고
"초보운전자에게 강풍 속 고속버스 운행을 맡기다니…"
여객선 세월호 침몰 당시 조타실을 맡았던 항해사가 경력 1년이 조금 넘은 박모(26) 3등 항해사였던 것으로 확인되자 실종자 가족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살이 세기로 소문난 맹골수도와 같은 위험 해역을 운항하면서 선장 대신 신참 항해사에게 키를 잡게 한다는 것은 초보운전자에게 강풍속 고속버스 운행을 맡기는 거나 다름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설사 신참 항해사가 키를 잡는 게 규정상 하자가 없다 하더라도 선장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거센 비판을 막을 수 없는 국면이다.
세월호 박 항해사의 경워 세월호에 투입된 지 5개월이 안 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가 한 달에 8차례 제주~인천을 왕복하는 것을 감안하면 박 항해사의 세월호 운항 경험은 40회 남짓.
3명의 항해사가 3교대를 근무한다고 가정했을 때 박 3등 항해사가 물살이 센 사고 해역을 경험해본 확률은 훨씬 줄어든다.
경험이 부족한 3등 항해사가 근무할 당시 주변에 조언을 해줄 만한 사람이 있었느냐하는 의문이 남는다.
세월호 한 승무원은 "주로 그 시간대에 선장은 선장실에서 쉰다"고 설명했다.
항해사는 조타실에서 조타수에게 키 방향을 명령하기 때문에 항해사의 지시 없이는 조타수가 타각을 바꿀 수 없다. 그만큼 배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다.
세월호는 침몰 당시 자동운항이 아닌 수동운항을 했다. 배가 지그재그로 움직였다는 일부 승객들의 증언과 침몰 원인으로 '급격한 변침(變針)'이었다는 해경의 결론이 이를 뒷받침한다.
항로 변경이라는 말은 타각을 변경했다는 뜻이므로 항해사의 역할이 그만큼 더 중요했다. 더구나 사고가 발생한 곳은 조류가 빠르기로 소문난 '맹골수도' 해역이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 전남 해남과 진도 사이 울돌목 다음으로 조류가 세다.
경력이 많은 조타수들은 맹골수도가 물살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타각을 계속해서 변경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력이 짧다면 이곳을 빠져나가는 데 어려움이 겪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물살이 강한 해역에서 선박 운항에 대한 규정을 더욱 엄격하게 만들어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뉴스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