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열차소음 멈추고 처음 맞는 이 평화를 깨지 마라" 시민 한목소리

미포~송정역 4.8㎞ 가보니

  •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
  •  |   입력 : 2014-04-09 20:43:13
  •  |   본지 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9일 부산 해운대 동해남부선 옛 철길(폐선 부지)의 미포~청사포 구간에 세워 놓은 '13 장승'에 폐선 부지를 지키자는 내용의 글귀가 담긴 리본이 달려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삼삼오오 가족·연인과 손 잡고
- 철길 걸으며 얘기꽃 정겨운 풍경
- 침목·선로·펜스·돌담 등 곳곳엔
- "이 길의 주인은 시민" 글귀 리본

- "밤낮없이 울려대는 기차 소리
- 이제 겨우 그 고통서 벗어났는데
- 레일바이크 설치 생각하니 끔찍
- 상업적 개발 절대 있어선 안 돼"

'빨간 기차가 사라지고 / 노란 침목이 사라지고 / 푸른 자갈이 사라지고 / 주사위 바이킹이 춤춘다 / 빨간 자전거가 사라지고 / 노란 도둑고양이가 사라지고 / 검은 굴삭기가 춤춘다…'.

동해남부선 옛 철길(폐선 부지) 지키기를 염원하는 부산작가회의 소속 송진 시인의 시 중 일부다. 동해남부선 옛 철길 미포~송정역 4.8㎞ 구간을 걷다 보면 부산작가회의 소설가와 시인 21명이 '동해남부선'을 주제로 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미포~송정역 구간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철길로 꼽힌다. 하지만 이를 소유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공익개발을 원하는 시민 목소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상업 개발 방침을 밀어붙이면서 반대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침목과 선로 등 곳곳에는 철길의 상업 개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빼곡하게 적혀 있다.

■ 옛 철길 진짜 주인은 시민

   
9일 오후 시민들이 삼삼오오 부산 해운대구 중동 미포에서 출발해 청사포로 향했다. 팔순을 훌쩍 넘긴 노모의 손을 잡고 철길을 걷는 백발의 아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으며 눈빛을 주고받는 중년 부부, 사진 찍기에 바쁜 젊은이들…. 따스한 봄볕 아래 철길을 걸으며 바다 풍경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출발하자마자 침목 하나에 붙은 하얀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시민의 길, 우리 시민에게 돌려다오', '해운대구 정치인들은 뭐하느냐' 등이 적혀 있었다.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의 상업 개발에 반대하는 글귀다.

오른쪽 펜스에도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달라는 염원을 담은 플래카드가 내걸려 오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이 길은 이제부터 우리 시민과 가족이 가져야 할 낭만과 자유의 길입니다', '오랫동안 지친 철로를 쉬게 하고 그 위를 시민들이 걷는 휴식공간은 후손에게 물려줄 진정한 유산이다', '철길은 자유다' 등등….

글귀를 읽는 사이 북소리, 장구소리가 들려왔다. 좁은 터널에서 퓨전 국악공연팀 '들소리'의 연주가 한창이었다. '들소리' 하택후 팀장은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를 지키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 지난달 26일 서울에서 내려와 공연이 없는 날에는 송정터널에 둘러앉아 연습을 겸해 연주한다"며 "보는 이가 공연으로 봐주면 그게 바로 공연이지 않겠느냐"고 웃었다.

다시 길을 나섰다. 우거진 소나무 사이로 푸른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맞은편 달맞이 언덕 아래 단층 민가와 소나무, 야생화 군락은 해안 절경과 또 다른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풍경을 따라 걷다 보면 펜스와 돌담에 매달려 펄럭이는 오색 리본 물결을 만날 수 있다.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를 지키려는 범시민 네트워크인 '해운대 기찻길 친구들'이 준비한 리본에 이곳을 찾은 시민이 저마다 소망을 써놓았다.

가족의 건강을 바라는 내용도 있었지만, 대부분 '이 길은 시민의 것'이라는 문구였다. 지난 6일 설치된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지킴이 '13 장승'에도 '이 길의 주인은 시민이 되게 해주십시오' 등의 글이 씌어 있었다.

■ "처음 맞는 평화 깨질까 걱정"

철길 옆 주민들에게도 평화가 찾아왔다. 미역을 말리며 철길을 걷는 이들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하지만 기차가 멈춘 지 얼마 되지 않아 레일바이크 가설 등 상업화 소식이 들리면서 걱정이 다시 시작됐다고 했다. 주민 정경주(64) 씨는 "평생 기차 소음을 들으면서도, 철길 옆에 있다는 이유로 시설녹지로 묶여 집수리도 못 하고 살아왔다"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소음과 진동에서 해방됐는데 민간사업자가 개발하게 되면 또다시 고통에 시달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공직에 몸담은 이들이라고 생각이 다르지는 않았다. 해운대구청 공무원들은 "마음껏 철길을 걸으며, 빼어난 풍광 속에서 사는 주민과 얘기를 나누고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것 자체가 현대인이 누릴 최고의 문화 혜택일 듯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여유를 두고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발해도 늦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해운대 기찻길 친구들'은 10일 오전 10시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시 산하 공기업과 지역 언론사의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상업 개발 사업 참여를 규탄하고 상업 개발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영상] 부산에선 왜 자전거 타기 힘들까요
  2. 2127명 숨진 인도네시아 축구장 폭동은 홈팀이 지면서 발생(종합)
  3. 3[영상] 암·신경·뇌혈관 사망율 1위인데 이유를 모른다?
  4. 4"로널드 레이건 호는 파철덩어리" 북한, 미사일 도발 이어 조롱
  5. 5부산에서 첫 야간관광 테마 축제...'별바다부산 나이트페스타'
  6. 63년 만에 전면 대면 행사…'헤어질 결심' 정서경 작가도 참석
  7. 7[지금 중동에선] 이란 '히잡 시위' 분리주의자들로 확산 조짐
  8. 8브라질 대선 투표의 날…좌파 대부 VS 열대 트럼프
  9. 9오페라·춤·연극…10월 부산은 예술의 향연
  10. 10인도네시아 축구 경기장 난동…최소 127명 사망
  1. 1"로널드 레이건 호는 파철덩어리" 북한, 미사일 도발 이어 조롱
  2. 2감사원, '서해 피격' 관련 文 전대통령에 서면조사 통보
  3. 3‘비속어’ 공방에 날새는 여야…윤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
  4. 4尹대통령, 이재명, 국군의날 행사서 악수, 대선 후 첫 대면
  5. 5국군의날에도 北 미사일 도발, 尹 "北, 핵무기 사용 기도한다면 압도적 대응 직면
  6. 6여야, 연휴에도 비속어 논란 공방
  7. 7윤 대통령 지지율 다시 '최저' 24%, 비속어 파문 영향
  8. 8권한 없는 ‘지방시대위’ 취지 퇴색
  9. 9박진 장관 해임건의안에 與 국회의장 사퇴 결의안으로 맞불
  10. 10박진 외교장관 해임안 野 단독 처리…尹대통령 거부권 시사
  1. 1부산에서 첫 야간관광 테마 축제...'별바다부산 나이트페스타'
  2. 2산업부 산하 공기업, 5년간 벌칙성 부과금 1287억 냈다
  3. 3[정옥재의 스마트라이프] RPG 게임 ‘가디언 테일즈’ 닌텐도 버전 해봤더니
  4. 4제 1035회 로또 당첨 번호 추첨...1등 32억
  5. 5경기침체 이제 시작?…경기선행지수 SCFI 2000선 밑으로
  6. 6"근무중 이상 무"...AI 경계시스템 군 투입 임박
  7. 7자동차 업계, 가을 이벤트 활짝
  8. 8무역수지 '6개월 연속 적자' 현실로…IMF 이후 첫 사례
  9. 9한미 재무장관 "금융불안 심화시 유동성 공급 협력"
  10. 10한미 재무장관 "금융불안 심화 시 유동성 공급장치 실행"
  1. 1[영상] 부산에선 왜 자전거 타기 힘들까요
  2. 2[영상] 암·신경·뇌혈관 사망율 1위인데 이유를 모른다?
  3. 3오늘 부산역광장서 세계민속문화 한마당
  4. 42일도 10도 이상 일교차…부산 낮 최고 27도
  5. 5부산 청년 10명 중 6명 “젠더 갈등 심각”
  6. 6코로나 사흘째 2만 명대…부산 13주 만에 최저 1020명
  7. 74일부터 기장군서 공영자전거 '타반나' 탄다
  8. 8[영상] 부산~광주 2시간 생활권 ‘경전선 고속화’ 속도 낼까
  9. 9100억 넘게 꿀꺽하고 결국 뱉은 돈은 고작
  10. 10광안리 대표 관광상품인 드론라이트쇼…시민참여 기회 확대
  1. 1카타르 월드컵 D-50, 벤투호 12년 만의 16강 이룰까
  2. 2이대호의 10번, 롯데 ‘영구결번’
  3. 3‘조선의 4번 타자’ 마지막 경기로 초대
  4. 4‘니가 가라 2부리그’ 우승 경쟁만큼 치열한 K리그 잔류 전쟁
  5. 5이견없는 아시아 요트 1인자…전국체전 12연패 달성 자신
  6. 6저지, 마침내 61호 홈런…61년 만에 AL 최다 타이
  7. 7“농구의 계절 왔다” 컵대회 10월 1일 개막
  8. 829일 지면 5강 희망 끝…푹 쉰 롯데, KIA 잡아라
  9. 9벤투 ‘SON톱+더블 볼란치’ 카드, 본선서 ‘플랜A’ 될까
  10. 10LIV 시즌 최종전 총상금 715억 ‘돈잔치’
우리은행
해피-업 희망 프로젝트
엄마와 단둘이 살다 발작 심해져…치료비 지원 절실
사진가 김홍희의 Korea Now
동경도 미래지향도 좋지만…놓치지 말아야 할 지금 이 순간
  • 맘 편한 부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