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쓰오일 탱크서 2060만ℓ 유출

- 소방본부·해경, 비상 방제·대기

지난 4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에쓰오일 온산공장 내 원유 저장탱크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본지 지난 5일 자 8면 보도) 수습이 사흘 만에 대부분 완료됐다. 인명피해나 기름이 해양으로 유입되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지만 2차 오염 및 잔류 유증기로 인한 폭발사고 발생 등의 가능성이 남아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또 사측의 안전불감증과 늑장 신고 등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울산에서는 석유화학공단에서 불화수소 화합물과 유독물질인 자이렌이 누출되는 등 대형 피해를 불러올 만한 사고들이 잇달아 주민들이 노이로제까지 호소하는 실정이다.

6일 울산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저장탱크에서는 현재까지 기름 13만8000배럴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ℓ로 환산하면 2060만 ℓ다. 웬만한 크기의 10개 수영장을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사고가 난 탱크(지름 84.75m, 높이 21.9m)는 총 72만 배럴의 기름을 저장할 수 있다. 사고 발생 당시에는 57만 배럴의 원유가 들어 있었다. 유출된 기름을 제외한 38만1000배럴은 이날 오전 송유관을 통해 인근 단지의 저장탱크로 옮겨졌다. 나머지 탱크 내에 있던 5만1000배럴도 이날 밤 9시까지 모두 이송됐다.

회사 측 관계자는 새어나온 원유는 대부분 저장탱크 주변에 설치된 높이 3m의 기름 차단보인 '방유제(防油提)'에 모여 있어 외부 유출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또 해경도 기름이 바다로 흘러들지는 않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다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소방본부와 해경은 방제정과 경비정을 주변 해상에 대기시키는 한편 연안에 오일펜스 등을 설치했다. 

한편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온산공장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뜻밖의 사고로 국민과 주민에게 심려를 끼쳐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소방당국이 유증기 폭발에 대비해 특수 방제거품을 살포했지만 잔류 유증기가 완전 제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 토양이나 바다로 서서히 스며들면서 발생하는 2차 오염 피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또 회사 측이 사고 발생 당시 30여 분이나 늦게 소방서에 신고한 점도 주민들의 불신과 불안을 가라앉히는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김모(56·울주군 온산읍) 씨는 "안전에 대한 업체 측의 안일한 시각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