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군·경 등 9개 기관
- 해상테러 대응체제도 마련

전국 최초로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방호 매뉴얼이 만들어졌다. 북한의 무인기와 각종 테러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길이 열린 것이다.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부산시 원자력시설 방호협의회'를 구성한 후 시와 53사단, 경찰, 3함대 등 9개 기관이 위기 상황 발생 시 상황별로 대처하는 '통합 방호 매뉴얼'을 제정했다고 4일 밝혔다. 매뉴얼은 오는 7일 고리원전에서 열리는 방호협의회 때 최종 승인을 받는다.

통합 방호 매뉴얼은 육상과 해상, 하늘에서 벌어지는 각종 위협을 91개 상황별로 나눠 9개 기관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담았다. 상황별로 부호가 부여돼 해당 기관은 매뉴얼에 나오는 부호를 찾아 신속하게 대응하도록 공동 조처 부호 체계를 갖추고 있다. 또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으로 방호 등급도 나눴다. 매뉴얼은 군사작전에 준하므로 모든 내용은 비밀문서로 분류돼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최근 청와대와 백령도를 촬영하고 추락한 북한 무인 정찰기와 같은 경량 비행체 신고가 접수되면 기관별로 어떻게 대응할지를 제시했다. 고리원전 상공에 나타난 무인기가 북한이 보낸 것이라면 최근 설치한 대공화기로 격추한다. 일반인이 레저용으로 사용했다면 시와 고리원전은 사용자를 찾아내 고리원전 반경 19㎞ 안이 비행금지구역임을 알리고 다시는 이를 이곳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계도한다.

이번 매뉴얼은 항공법 시행령 허점을 보완하는 측면도 있다. 항공법 시행령에는 무게 12㎏ 이하, 엔진 출력 50㏄ 이하의 비행체는 사전에 신고나 등록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경량 비행체를 비행금지구역에서 띄워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매뉴얼은 이를 감시하고 제어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상공 외에도 해상에서 테러 용의자의 침투와 공사장 인부를 가장한 육상 침투 등에 대한 대응 매뉴얼도 마련했다. 시는 방호 매뉴얼과 함께 방호시설과 인력도 보강했다. 이번에 대공포를 고리원전에 설치한 데 이어 해안 철조망 높이를 높이고 여러 겹으로 강화했다. 고감도 서치라이트와 폐쇄회로(CC)TV도 여러 대 보강했다. 고리원전 안에 80여 명의 중대급 병력을 상시 주둔시켜 놓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매뉴얼 제정은 나머지 3개 원전 방호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기장군에 들어설 수출용 원자로 등 핵연료 사용 시설로 이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