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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국제초대석 <53> 故 최동원 어머니 김정자 여사

"아들 추모열기 모두 감사 … 최동원상 첫 수상자 롯데서 나왔으면"

  •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   입력 : 2014-04-01 18:56:06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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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동원 감독의 어머니 김정자 여사가 1986년 9월13일 청보전에서 아들이 19승할 때 사용했던 공을 들고 있다. 김 여사는 "롯데가 우승해서 제1회 최동원 투수상을 동원이 후배들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민철 프리랜서 jmc@kookje.co.kr
- 일주일 두 번은 사직구장 찾아
- 아들동상 닦고 손도 만져 보고

- 동원이도 빅리그 진출 꿈꿨는데
- 후배 추신수·이대호 잘해줘 뿌듯

- 아들 야구인생 손글씨로 기록
- 처음엔 살 빼라고 운동 시켰다오
- 올해는 롯데가 꼭 우승했으면…

잊혀지지 않는 야구 영웅. 이맘때면 더 생각난다. 2011년 고인이 된 '불멸의 투수' 최동원(1958~2011년).

2014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개막한 지난달 30일. 야구팬들은 부산 사직구장에서 최동원을 두 번 만났다. 지난해 11월 11일 실물 크기로 설치된 최동원 동상이 첫 번째 만남. 대형 전광판 아래 새로 생긴 '파크 오브 페임'에선 최동원 얼굴을 새긴 동판이 기다린다. 

   
사직구장 전광판 밑에 생긴 최동원 동판. 전민철 프리랜서
최동원 추모 열기도 뜨겁다. (사)최동원기념사업회는 오는 11월 11일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프로야구 선수에게 제1회 최동원 투수상을 줄 예정. 

1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자택에서 만난 최동원의 어머니 김정자(80) 여사는 "동원이가 생전에 받아야 할 영광을 내가 다 보는 것 같다. 가서 좋은 얘기 많이 해줘야지…"라면서 "롯데가 올해 꼭 우승해서 동원이 후배들이 제1회 최동원상을 받으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김 여사의 손때가 묻은 노트에는 '최동원은 야구다'는 글자가 선명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서구종합복지관에서 11년째 노인 한글교실을 운영하고 있어요. 장애아동 인지교육도 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몰라…. 4년 전부터 반송종합복지관과 수영구노인복지관에서도 한글수업을 해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니까 하루가 금방 가요. 잡념을 없애려고 더 바쁘게 살아요. 지금 수업을 듣는 학생이 100명쯤 돼요(김 여사는 부산사범학교를 졸업하고 45년간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1999년 정년 퇴임한 뒤 자원봉사의 길로 나섰다).

-여든의 연세에 힘들지 않으세요.

▶처음엔 사회에 되돌려줄 게 없을까 하고 복지관을 찾았어요. 구연동화·예절교육에 한글 교실까지 맡게 됐지요. 보통 오전·오후 6시간 이상 수업을 하는데 견딜만해요. 반송복지관에 가려면 집에서 도시철도 2·3·4호선을 차례로 갈아타야 해 아침 일찍 나섭니다.

-최동원 감독 추모 열기가 높습니다.

▶(목이 메는 듯) 고맙단 말밖에…. 이제 고향으로 돌아와 후배들이 운동하는 사직구장을 늘 보잖아요. 동원이가 받아야 할 영광을 내가 다 보는 것 같아요. 요즘은 일주일에 두 번은 저녁을 먹고 사직구장 나들이를 해요. 동상도 닦고, 손도 만져보고, 한참 마음속으로 얘길 하다가 돌아와요. 지나가는 아이들이 엄마한테 '저 동상은 누구야'라고 물어보는 모습을 볼 때면 '내 아들이 영원히 사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동원이도 행복해 하는 것 같고.

-(사)최동원기념사업회에서 최동원상 시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원이는 국가대표 시절이나 프로야구 선수 시절이나 모두 등번호가 11번이었어요. 그래서 11월 11일 시상식을 한다고 해요. 부산은 야구도시잖아요. 롯데가 우승해서, 동원이 후배들이 가장 먼저 상을 받으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 사직구장에 동판도 생겼다던데 볼 기회가 있겠지요.

-부산 출신의 이대호나 추신수가 잘하고 있습니다.

▶동원이도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어 했어요. 병역만 해결됐으면 또 다른 인생을 살았겠지요(최동원은 군사정권 시절이던 1981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을 맺었으나 병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1983년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대호나 신수가 이국땅에서 이름 떨치는 모습 보면 뿌듯해요. 대호가 지난 1월 벡스코 야구체험스토리전에 마련된 최동원 유품 전시관을 찾았을 땐 꼭 안아줬어요. 내 아들을 다시 만난 것 같아 찡했어요. 잘 커줘서 고맙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입니까.

▶1984년 롯데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7차전이지요. 동원이는 많이 피곤해했어요.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지쳐 있었지만 지는 걸 싫어했으니 더 가슴이 아팠죠. 롯데가 우승하는 순간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어요. 그 느낌은, 지금도 생생해요.

-아들의 일생을 글로 기록했다고 들었습니다.

▶동원이 어린 시절부터 생각나는 대목만 적어뒀어요. (손으로 쓴 원고를 보여주며) 원래 사하초등학교에 다녔는데 야구를 하고 싶대요. 6학년 때 '살이나 빼라'는 마음에 야구부가 있는 구덕초등학교로 전학시켰어요. 한 달 뒤 야구부 감독님이 '공이 세다. 투수로 키워보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동원이 아버지는 100평 정도의 밭을 사서 개인 연습장을 만들어줬어요. 일본 프로야구를 보며 배운 지식을 아들에게 모두 전수했지요. 불편한 몸이었지만 '바짓바람'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성이었답니다(2003년 작고한 부친 최윤식 씨는 6·25전쟁 때 다리를 다쳐 의족을 찼다).

-야구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저 고맙지요. 동원이도 고향에 돌아왔으니 됐어요. 섭섭한 일도 모두 잊었고. 아들 만나면 좋은 이야기 많이 해야지요.


# 집안 가득히 유니폼·트로피 등 최동원의 유품, 손때 묻은 야구공 55개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

김정자 여사의 집에는 최동원의 유품이 가득하다. 유니폼은 두 종류다. 하나는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유니폼. 당시 한국은 한대화의 끝내기 3점홈런과 김재박의 개구리번트로 일본을 누르고 우승했다. 다른 하나는 롯데 유니폼이다. 1983년 입단한 최동원은 삼성으로 이적하기 전인 1988년까지 사직구장의 수호신이었다.

최동원의 손때가 묻은 야구공 55개는 '역사'나 마찬가지다. '86. 9. 13 청보전 19승' '탈삼진 502호' '15완봉승' '10승볼 해태전' '1986. 7. 23 대 MBC' 'OB 부산 사직구장' '롯데 : OB 서울 동대문'…. 최동원이 1986년 9월 13일 19승을 거둔 청보는 1982년 인천·경기·강원을 연고지로 탄생한 삼미 수퍼스타스의 후신이다.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의 주인공 감사용이 삼미 소속이었다. 재일교포 투수 장명부는 삼미에서 뛰던 1983년 국내 프로야구 사상 전무후무한 30승(16패)을 달성했다. 삼미는 청보 핀토스→태평양 돌핀스→현대 유니콘스→우리 히어로즈→넥센 히어로즈로 거듭났다.

'해태전'의 해태는 기아 타이거즈의 전신. 'MBC'는 MBC 청룡을 말한다. 지금은 LG 트윈스로 바뀌었다. 'OB'는 현재의 두산 베어스이다.

경남고와 연세대 시절 받은 수많은 트로피도 전시돼 있다. 프로야구 두 번째 100승 기념패와 프로야구 첫 번째 1000탈삼진 기념패도 보인다. 1990년 5월 20일 최동원은 프로야구 최초로 1000탈삼진을 기록했다. 같은 해 7월 12일에는 프로야구 두 번째 100승 투수가 된다.

최동원이 마지막으로 사인한 공은 작은 상자에 담겨 있다. '2011년 8월 28일 최동원'. 김 여사는 "아들이 (유명을 달리하기 전)마지막 순간까지도 쥐고 있던 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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