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고 3학년 수험생들이 지난달 26일 수학교과실에서 발표와 토론이 중심인 수학 수준별 심화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부산 유일 고3 '2+1 수업'

지난달 26일 오후 부산 동래고의 수학교과실.

"3번 문제 해결할 사람?" 최기원 수학 교사의 말에 한 학생이 칠판에 복잡한 증명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풀이가 끝나자 최 교사가 여러 학생에게 다시 묻는다. "다른 방법으로 한번 풀어볼 사람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또 다른 학생이 풀이를 자청한다. 두 학생의 풀이가 끝난 뒤 최 교사는 간단하게 부연 설명을 덧붙인다.

동래고가 올해부터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수학 수준별 심화수업의 모습이다. 동래고는 2개 학급에서 수학을 잘 하는 학생을 뽑아 심화학급 1개를 만들어 운영한다. 두 학급에서 한 학급을 추려내 수준별 학습을 진행하는, 이른바 '2+1' 수업이다. 많은 고교가 1, 2학년을 대상으로 이 같은 '2+1'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3학년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학교는 부산에서는 동래고가 유일하다.

동래고는 자연계 8개 반에서 4개의 수학 심화반을 구성했다. 인원이 적은 학급은 10명, 가장 많은 학급은 14명이다. 한 학급 학생 수가 평균 40명임을 고려하면 대개 평균 반에서 5등 안팎의 학생들이다.

심화학급은 일주일에 4시간 운영된다. 여기에 참가하는 학생은 수학교과실로 이동해 토론식 수업을 한다. 심화학급을 담당하는 최 교사는 "주 4시간 중에서 3시간은 수능시험에 맞춰 진도를 나가고 나머지 1시간을 활용해 면접과 논술을 대비한 심화문제 위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수업은 90% 이상이 학생들 발표와 질문, 토론 등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예습해 온 문제 풀이를 공유하고, 다른 풀이 방법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토론하고 질문을 주고받는다.

올해 수능시험에서 영어 영역의 수준별 시험이 폐지돼 쉽게 출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학 영역의 영향력이 예년보다 커질 것임에 분명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 같은 수준별 심화학습이 수험생의 수학 성적 향상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학교 측은 보고 있다.

최 교사는 "교사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다. 나름대로 수학을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모여서 수업을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서 "학생 스스로 수업에 참여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해 온다. 이런 과정에서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인 풀이법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심화학급에 참여하는 3학년 정한석 군은 "선생님이 개념 위주의 설명이나 풀이를 하는 일반 수학수업과는 다르게 우리가 직접 발표하고 토론하는 형식이어서 그만큼 더 준비를 많이 한다. 수학 실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수업 준비는 학생만 하는 것이 아니다. 최 교사는 매주 한 차례 부산지역 수학교사 학습세미나인 '부산수학나침반' 회원들과 공부하며 맞춤형 수업을 준비한다.

동래고 서진관 3학년 부장교사는 "올해 3학년 중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자연계열로 몰리면서 내신에서 다른 학교 학생보다 불리한 상황이 됐다"면서 "심화학습을 통해 면접과 논술에 대비할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불리한 내신을 수능에서 만회할 방법을 찾았다"고 이런 시도의 배경과 목적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