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난 안중근 집안 며느리다"…40년 옥고 신산했던 삶

車씨→安씨 바꾸고 평생을 安의사 공적 알리기에 바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03-18 23:55:28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8일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에서 별세한 안중근 의사의 5촌 조카며느리 안노길 할머니는 굴곡진 우리의 근현대사만큼이나 기구하고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17살 나이에 안 의사의 사촌 동생 홍근(洪根)씨의 3남 무생(武生)씨와 결혼했지만, 가정을 이룬 지 14년 만에 일제의 앞잡이에 의해 남편이 사망하면서 안 할머니의 삶은 뒤틀리기 시작했다.

안 의사 가문의 며느리라는 자긍심으로 충만했던 안 할머니의 일제에 대한 적개심은 남편의 사망을 계기로 극에 달했다.

이때부터 바느질 삯으로 겨우 끼니를 연명하면서 안 의사의 공적을 세상에 알리는데만 매달렸다.

2천여명의 신자들이 모여 살던 당시 북만주 최대 한인 천주교 마을이었던 헤이룽장성 하이룬현 하이베이전 쉬안무촌에 살다가 하얼빈으로 이주한 그녀는 전쟁에 패한 일제가 물러간 뒤에도 '안 의사 추모 사업'을 계속 이어갔다.

안 의사 후손임을 내세우기 위해 차(車)씨였던 원래의 성도 안(安)씨로 바꾼 그녀는 손수 태극기를 만들어 방안에 걸어 놓고 독립군을 상징하는 군복과 별을 수놓은 모자만 착용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립되고 이어 터진 한국전쟁으로 좌우 이념대립이 극심했던 냉전체제에서도 안 할머니의 안 의사 공적 알리기는 계속됐지만 곧 중국 당국에 의해 '이적 행위'로 낙인 찍혔다.

1958년 하얼빈역 광장에서 태극기와 안 의사 초상화를 들고 안 의사 공적 인정과 종교 자유 등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다 공안 당국에 체포됐다.

당시 적대국이었던 대한민국의 국기를 흔들고 당국의 허가 없이 시위를 벌인 안할머니의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정치적 범죄 행위였기 때문이다.

반혁명죄로 무기형을 선고받아 옥살이하면서도 안 할머니는 치마 실오라기를 풀어 태극기를 만들어 감옥에 걸고 독립군복과 모자를 만들어 입고 쓰기를 고집했다.

개조 불능의 불순분자로 낙인 찍힌 그녀는 결국 1972년 오지인 네이멍구(內蒙古) 전라이 노동교화 감옥농장으로 이감돼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중국 내 개혁·개방바람이 불고 한국과 수교가 이뤄지면서 1998년에야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꼬박 40년을 세상과 단절된 채 옥살이와 강제노역에 시달렸던 그녀는 풀려난 뒤하얼빈의 성당을 전전하다 2000년 우연히 알게 된 최선옥(76·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원장) 수녀를 만나면서 비로소 안식처를 찾을 수 있었다.

안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추모사업이 벌어졌던 2010년에는 국내 언론매체들이 앞다퉈 안 할머니의 기막힌 생애와 안타까운 근황을 전하면서 뜻있는 인사들이 하얼빈을 찾아 그녀를 위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 할머니에 대한 세상의 관심은 채 1년을 가지 못했고 아시아나항공과 하얼빈 현지의 몇몇 한국기업, 국내 독지가들이 할머니의 생활비를 보태는 것 이외에 다른 방문객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안 할머지는 노환으로 지난해 9월 이후 건강히 급격히 악화돼 올해 들어서는 거동은 물론 말을 거의 하지 못했다.

지난 1월 안 의사의 기념관이 하얼빈역에 문을 열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도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구기만 했다.

평소 말수가 없는 할머니는 2010년 한국에서 찾아온 손님들과 휠체어를 타고 마지막으로 안 의사 의거 현장인 하얼빈역 1번 플랫폼에 갔을 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동행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안 할머니를 어머니처럼 돌봐온 최 수녀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상처를 평생 가슴에 안고 살아온 할머니를 더 잘 보살펴 드렸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가 남는다"면서"할머니와 멀리서 할머니를 후원하며 정성을 보태주신 모든 분들을 위해 평생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2. 2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3. 3가덕 공사비 2000억 증액 목표…市 ‘국비확보’ 국회 상주반 가동
  4. 4자갈치축제에 늘어선 바비큐·통닭…취지 두고 갑론을박
  5. 5[국제칼럼]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6. 6양산도시철 시운전에 소음 민원 빗발…방음터널 설치 요구
  7. 7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8. 8관객 춤췄다고 영업정지 ‘오방가르드’ 두 달만에 재개장(종합)
  9. 9“인구 급증 강서, 교통혁신 필수…생곡소각장 대체부지 검토 건의”
  10. 10갈맷길 36코스로 전면 개편
  1. 1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2. 2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자진사퇴…田 인사 첫 낙마
  3. 3중수청장 “한동훈 딸 의혹 규명 필요”(종합)
  4. 4北 ‘지뢰 폭발은 韓 자작극’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이사국들 회람
  5. 5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6. 6주진우 "김혜경, 유명 프로골퍼와 황제골프" 민주 "황당무계 소설" (종합)
  7. 72심 무죄 오세훈, 장동혁·한동훈과 보수 재편 주도권 경쟁(종합)
  8. 8‘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9. 9전재수 "지광 스님에게 국제신문 정상화 촉구 서한문 보낼 것"
  10. 10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1. 1부산경실련 “산은 이전 없다는 금융위원장 발언 유감”
  2. 2전기료 밀린 홈플러스…한전 ‘단전 예고’(종합)
  3. 3음악 들으며 북항친수공원 걸어요
  4. 4부산 온 세계 해사인 “안전·친환경 실천”
  5. 5“관광수익 주민에 환원해야 지역활력”…글로벌 20개 도시 리더들 한목소리
  6. 6BNK금융 3분기 누적순익, 작년보다 19% 감소
  7. 7[한 손 뉴스] S/W 실행 환경 ‘Node.js’, 서버 해킹 보안 취약 경고
  8. 8국내 위성기술로 인니 해양환경 관리역량 키운다
  9. 9국민은행 해킹 정보유출 119명→2210명 확대(종합)
  10. 10부산신보 ‘민생안심 협약보증’ 한 달 만에 1000억 돌파
  1. 1가덕 공사비 2000억 증액 목표…市 ‘국비확보’ 국회 상주반 가동
  2. 2자갈치축제에 늘어선 바비큐·통닭…취지 두고 갑론을박
  3. 3양산도시철 시운전에 소음 민원 빗발…방음터널 설치 요구
  4. 4관객 춤췄다고 영업정지 ‘오방가르드’ 두 달만에 재개장(종합)
  5. 5“인구 급증 강서, 교통혁신 필수…생곡소각장 대체부지 검토 건의”
  6. 6갈맷길 36코스로 전면 개편
  7. 7지광, 신문을 사업 수단화…380억 땅 있으면서 102억 체불
  8. 8日 주 20시간法 만들자 알바앱 급성장…편법 단기고용 판쳐
  9. 9철새도래지 길냥이 급식소 분쟁, 항소심도 “추가 설치 불허 적법”(종합)
  10. 10시민단체 ‘국제신문 지키기’ 연대 나섰다…부울경 넘어 수도권 언론도 조명
  1. 1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2. 2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3. 3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4. 4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5. 5[뭐라노] 데이터 기반 똑똑한 야구·수비강화…롯데의 ‘새판 짜기’
  6. 6[뭐라노] 아직도 '그들만의 체전'?
  7. 7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8. 8롯데자이언츠 새 사령탑 ‘NC 우승 감독’ 이동욱…단장에는 이택근 선임
  9. 9‘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10. 10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우리은행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인구 급증 강서, 교통혁신 필수…생곡소각장 대체부지 검토 건의”
주 13.7시간 노동의 덫
日 주 20시간法 만들자 알바앱 급성장…편법 단기고용 판쳐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