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고부살인' 수사 결과
- 범행 전 답사, 점퍼·장갑 준비
- 용의자 사업실패로 4억 빚져
- 거짓말 탐지기 재산 거짓반응
- 신발에서 피해자 DNA 검출
# 그래도 풀리지 않는 점
- 훔친 건 현금 6만 원이 전부
- 흉기·지갑 아직도 못 찾아
'가야동 고부 강도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17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금품을 노린 계획범죄'로 규정했으나, 용의자의 범행 동기 등 사건 전모를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이날 사건 최종 브리핑에서 "용의자 K(66) 씨는 금품을 노린 계획범죄를 저질렀다"고 수사 결과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K 씨는 사건 당일 오후 며느리 P(65) 씨의 집을 한 차례 답사했다. 당시 입고 있던 패딩점퍼를 자신의 차량 트렁크에 있던 검은색 점퍼로 갈아입고 범행을 마친 뒤 다시 패딩점퍼로 갈아입었다.
또 미리 장갑을 준비해 지문을 남기지 않은 점, 부동산업자로 속여 집에 들어간 점 등 우발적인 범행이 아닌 계획적인 범행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K 씨는 가리비 양식업 등의 사업 실패로 4억40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으며, 자신 명의의 선박부품회사에서도 실소유주가 아닌 '바지사장'에 불과했다. 실질적인 수입이 없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살해된 며느리 P 씨와 K 씨의 부인이 친구 사이여서 P 씨 집안 사정도 잘 알고 있었다. P 씨가 유산을 상속받은 50억 원대 재산가이고 최근 자녀의 결혼 준비로 인해 현금을 모으고 있던 점까지 파악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도 K 씨는 재산 관계 진술에서만 유일하게 '거짓' 반응을 보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K 씨가 범행 당시 신었던 신발에서 P 씨의 DNA가 검출됐다. 하지만 용의자 K 씨는 "사업실패로 인한 동업자와 채권자에 대한 분노를 피해자들에게 풀었다"는 이해하기 힘든 진술만 늘어놓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의문점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금품이 목적이었다고 하지만 K 씨가 훔친 것은 P 씨 지갑 안에 든 현금 6만 원이 전부였다. K 씨는 교회에서 헌금을 거둬 은행에 예금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한 차례도 착오 없이 성실하게 처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K 씨는 자신이 살해한 고부의 장례식과 49재를 찾았고 유족에게 위로까지 전했다.
경찰은 K 씨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강탈한 지갑도 찾지 못했다. 경찰이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와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노구 부산진경찰서장은 "K 씨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없으며 간혹 잠이 오지 않을 때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정도라고 진술했다"면서 정신질환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19일 K 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