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고재호(왼쪽) 사장과 러시아 소브콤플로트 세르게이 프랑크 회장이 서명 후 악수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 성공시 16척 추가 수주 기대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해양이 전 세계 조선업계 가운데 최초로 얼음을 깨고 운항을 하는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에 성공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러시아 국영 선사인 소브콤플로트와 '야말(Yamal) 프로젝트'에 투입될 쇄빙 LNG선 1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시베리아 서쪽 야말반도에 위치한 극한지역에서 러시아·프랑스·중국 가스회사가 공동으로 1650만t의 액화천연가스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극지방에 투입된 쇄빙선은 연구선, 자원탐사선 등에 제한됐다. 쇄빙 LNG선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세계 각국이 조선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수주전에 뛰어든 바 있다.

이번 계약 금액은 3억 달러(한화 3210억 원) 규모다. 지금까지 수주된 기존 LNG선 2억 달러에 비해 1.5배나 많다. 성공적 건조시 최대 16척의 추가 수주까지 기대돼 총 수주액은 50억 달러에 이른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쇄빙 LNG선을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건조해 2016년 선주 측에 인도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만드는 쇄빙 LNG선은 최대 두께가 2.1m에 달하는 북극해의 얼음을 스스로 깨고 나갈 수 있는 17만 ㎥급 규모다. 선주 측은 최고의 쇄빙·방한기술이 망라된 최첨단 선박을 요구했다. 그동안 어떤 조선소도 이런 배를 만든 적이 없기에 대우조선해양의 고민도 컸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여러 차례 모형 실험을 실시한 끝에 최적화된 '아크-7 아이스클래스' 선형을 개발했다. 특히 영하 52도의 극한 상황에서도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방한처리 기술을 적용했다. 또 양방향의 쇄빙 운항을 위해 360도로 회전하면서 선박의 추진과 조향을 가능하게 하는 추진 시스템도 도입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이번 수주가 더 고무적인 것은 이를 계기로 특수 선박 건조에서 세계 최강자의 자리를 굳혔다는 점이다. 관련 분야에서 당분간 독주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더 고도화된 선박 건조도 가능해졌다. 대우조선해양 고재호 사장은 "이전에는 세상에 없던 쇄빙 LNG선을 세계 최초로 수주하면서 뛰어난 건조 기술력을 전 세계에 재차 입증했다"며 "이를 계기로 북극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는 등 또다른 시장 개척에 나설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평가했다.


※ 야말 프로젝트

러시아 서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구에 있는 야말반도에서 천연가스(매장량 1조2500억㎥)를 채취·생산·운반하는 사업이다. 이 매장량은 우리나라가 60년가량 사용할 수 있는 규모. 러시아 가스회사인 노바텍사와 프랑스 토탈사, 중국 CNPC사가 공동으로 투자를 했다. 극지 작업이 가능한 최첨단 특수선박이 필요해 시작단계부터 세계 조선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