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리그' 사건 4년만에
- 불법도박 맞물려 파장
부산의 온라인 게이머가 승부 조작을 폭로하고 투신자살을 기도하면서 e스포츠계가 4년 만에 또다시 승부조작 회오리에 휘말렸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지난 10일 '불법 e스포츠 베팅 사이트 근절'을 선언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한국인터넷정책자율기구 등과 협약(MOU)을 맺은 지 불과 사흘 만에 벌어진 일이어서 업계는 향후 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오전 5시50분께 A(22) 씨가 부산 북구 자신의 아파트 12층 복도 창문에서 뛰어내려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창고 지붕에 떨어져 온몸에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었으나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e스포츠팀 소속 게이머였던 A 씨는 투신 전 자신의 SNS 계정에 e스포츠 업계의 승부 조작을 폭로하는 유서를 남겼다. 그는 유서에서 지난해 3월 진행된 '리그 오브 레전드(LOL)' 게임대회 당시 소속 팀 감독이 '대회 주최 측에서 대기업 팀에게 져주지 않으면 본선 출전을 못 하게 하겠다고 협박했다'는 말에 속아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고 고백했다. A 씨는 또 '우리 팀이 승부 조작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감독이 불법 토토로 돈을 벌려고 가난한 선수들만 영입했다'고 주장했다.
게이머들이 승부 조작의 덫에 빠지는 것은 e스포츠를 둘러싼 사설 스포츠토토(스포츠 도박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시장 규모는 연간 12조 원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게임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전통 스포츠 종목을 다루던 불법 도박 사이트들이 e스포츠로 영역을 확장해 시장 규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2010년 국내 스타크래프트 리그 승부 조작 사건 때는 불법 도박 사이트 브로커와 전·현직 선수 10여 명이 처벌됐다. 승부 조작에는 프로게이머 출신인 사이트 운영자들이 현직 게이머를 포섭해 출전 예정 선수의 연습경기 파일을 유출해 활용하는 수법이 동원됐다. 업계는 이번에도 유사한 수법이 동원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전담 대책반을 구성해 진상조사를 벌인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엇게임즈가 만든 국내 점유율 1위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국내에서 매년 세 차례 LOL 대회가 열린다. 1 대 1로 진행되는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팀별로 진행돼 상대적으로 승부 조작 가능성이 적다고 인식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