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용땐 절차위반 논란
- 주민들은 지하화 원해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건설공사가 '한진중공업 딜레마'에 빠졌다. 토목공사 기본계획은 물론 입찰안내서까지 지상 및 고가 구간으로 확정된 사상~하단선 3공구의 조달청 입찰에 한진중공업이 지하 설계로 신청했기 때문이다. 부산교통공사가 입찰을 받아주면 절차 위반 논란에 휘말리고, 배제하면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2일 지역 건설업계와 교통공사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진행 중인 3공구 입찰에 지하화 설계로 신청서를 접수했다. 3공구는 학장동~엄궁동2.3㎞ 구간으로 정거장 1곳이 들어서 732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3공구에는 한진중공업을 비롯해 코오롱글로벌 롯데건설 고려개발 금호산업 등 5개 컨소시엄이 경쟁 중이다. 동아지질 흥우건설 신태양건설 경동건설 등 부산지역 약 20개 건설사도 10~30% 지분을 갖고 각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중공업의 지하 입찰이 알려지면서 나머지 4개 컨소시엄이 반발하고 있다. 모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상 및 고가화는 지난 2~3년간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교통공사 등이 충분히 논의해 결정한 부분이다. 입찰 안내서와 현장설명회 당시에도 지상으로 발주하는 것으로 했으며, 입찰 설계평가 배점기준 역시 지상 공사를 바탕으로 정해져 있다"면서 "확정된 기본계획안에 따라 설계 심의를 하지 않는다면 객관식 대입시험에 주관식 답안지도 받아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컨소시엄 관계자는 "입찰 안내서의 토씨 하나라도 바꾸면 법적인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하화하려면 기본계획부터 새로 해야 한다. 2~3년이 훌쩍 지나가 공기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컨소시엄 측은 최근 수년간 시공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지하화 하더라도 예산 범위 안에서 공사를 마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주민들 입장에서 더 나은 공사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교통공사와 부산시에는 비상이 걸렸다. 사상구 주민들의 지하화 요구가 거세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계를 변경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개통이 지연된다면 사하구 하단동 주민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더구나 최근 부산시장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이 공개적으로 지하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사태는 더 꼬이고 있다. 이 때문에 교통공사는 최근 부산시 행정부시장 주재로 대책회의까지 열었다. 교통공사 건설본부 관계자는 "조달청과 안정행정부에 관련 사항을 질의했다. 이례적인 경우라 판단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