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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새벽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현장에서 119구조대원들이 밤을 새워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리조트 붕괴 2시간30분만에
- 현장응급의료소 설치돼
- 69명은 중환자 구분없이
- 인근 병원으로 다 옮겨져
- 최초 구조팀 중증도 나누고
- 병원 정보 실시간 제공돼야
- 안타까운 희생 줄일수 있어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부상자를 중증도에 따라 적합한 병원에 빠른 시기에 옮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국내 재난의료체계는 국가 표준 매뉴얼이 마련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매뉴얼대로 잘 시행되지 않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환자를 구조해 가까운 병원으로 실어나르기 바쁘다. 이 과정에서 중환자는 치료가 지체돼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115명의 사상자를 낸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당시 역시 매뉴얼대로 환자를 이송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매뉴얼에 따라 현장응급의료소는 사고 직후 가능한 한 1시간 안에 설치하도록 했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2시간30분 후에 설치됐다. 이 때문에 현장에 먼저 출동한 구조대원은 환자를 인근 병원에 실어나르기만 했다. 이러다 보니 응급환자 침대가 10개뿐인 울산지역 병원 두 곳에 환자가 각각 40명, 29명이나 한꺼번에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보건복지부의 재난대응 체계를 보면 대량 환자 발생 시 현장응급의료소가 설치돼 환자의 중증도에 따른 분류가 이뤄진다. 중환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바로 이송하고, 부상 정도가 덜한 환자는 일반 병원에 이송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현장응급의료소가 설치됐을 때는 이미 69명의 환자가 분류 과정이 생략된 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송 환자 중에는 중환자가 두 명있었다.
해답은 있다. 최초 구조팀의 역할이다. 현장에서 수색과 부상자 구조를 하면서 부상자의 중증도에 대한 분류 작업이 이뤄지면 된다. 최초 구조팀이 환자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환자들이 한 병원에 쏠리지 않도록 이송할 병원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받도록 한다면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관할 지자체의 보건소장을 현장응급의료소 책임자로 규정한 '긴급구조 대응활동 및 현장지휘에 관한 규칙'을 개정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보건소장은 보건의료 행정가로서 예방의학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서, 실제 대형 사고가 터지면 이를 의료진과 연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많은 응급의료 전문가는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이 현장응급의료소의 지휘를 맡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응급의료센터 대응팀을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2012년 6월 지금의 119에 통합된 1339(응급의료정보센터) 부활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미국의 트리아지(triage)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트리아지는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색깔로 분류해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시스템이다. 현장에서는 긴급, 응급, 비응급, 사망에 따라 빨강, 노랑, 초록, 검은색 표를 붙이고 이를 근거로 이송을 결정한다. 이렇게 하면 이송 과정에서 혼란이 줄어든다.
대한손상예방협회 배석주 사무총장은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에서는 재난의료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당국은 이번 사건의 문제점을 자세히 검토해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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