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수대교 붕괴사고 20년

- 부실 시공·관리 태만 여전  

- 마우나리조트 사고 대책

-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 그동안 대처와 다를바 없어

- 장기 대책으로 재발 막아야

1994년 서울 성수대교 붕괴 사고로 직장인과 학생 32명이 생명을 잃었다. 지어진 지 10년을 갓 넘긴 다리가 무너진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당시 정부는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등 호들갑을 떨었지만 '사후약방문'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성수대교 붕괴 후 정확히 20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인재  공화국'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꽃다운 나이의 대학생 9명과 연극 연출가를 꿈꾸던 40대 남성의 목숨을 앗아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도 인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부실시공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고, 리조트와 행사 대행업체의 안전 관리, 관할 지자체의 관리 태만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이번 사고 이후에도 정부 대처는 20년 전과 다를 바 없다. 다중이용시설 긴급 점검을 하는 게 정부가 내놓은 주요 대책이다. 또 학생회 단독 주최 신입생 환영회를 폐지하는 방안까지 들먹이고 있다. 정부가 재차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지만, 그마저도 충실하지 못하다.

성수대교 붕괴와 경주 리조트 사고 외에도 대형 참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는 한참 모자란다. 가장 좋은 예가 2000년 경북 김천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부일외고 수학여행 버스 사고'다. 부일외고 학생 13명이 숨진 당시 사고는 운전기사 과실 탓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후 정부는 수학여행 출발 전 학교가 관할 경찰서에 운전기사의 음주 측정과 안전 교육을 요청하도록 했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현재 흐지부지되다시피 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교 측의 음주 측정, 안전교육 요청은 매우 뜸하다. 경찰 관계자는 "부일외고 사고 직후에는 거의 모든 학교가 수학여행 출발 전 경찰에 음주 측정 등을 요청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줄어들었다"며 "강제 규정이 아니어서 그냥 넘어가는 학교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반짝했던 업계의 자정 노력도 흐지부지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울산의 한 고교 체험학습 차량 운전기사가 경찰의 음주 측정에 적발돼 면허정지 처분을 받는 등 학교 단체여행 버스 운전기사의 음주운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밖에도 1999년 경기 화성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참사,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지난해 '해병대 캠프' 사고 등 큰 충격을 줬던 대형 사고 대부분은 안전 불감증으로 빚어졌다. 사고 때마다 정부와 관련 기관에서는 '안전'을 외쳤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잊혔다.

이 때문에 전 사회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안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부산대 박재환(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경주 리조트 사고는 리조트, 시공업체, 이벤트 업체, 담당 공무원 등이 각자의 자리에서 매일 지켜야 할 업무 매뉴얼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은 결과다. 결국, 모든 이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정부나 지자체도 '반짝'대책이 아닌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대책을 마련해 대형 사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