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발생한 부산 남외항 묘박지 선박 사고에서 유출된 기름(본지 17일 자 1면 보도)이 17일 부산 해운대구 송정 앞바다까지 이동하자 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예상을 벗어난 해류의 움직임에 얇은 유막이 넓게 퍼지자 인근 어민의 속은 타들어 갔다.

해경은 선박 사고로 인한 유막이 태종대 앞바다 생도에서 송정까지 13.5㎞ 구간 곳곳에 목격돼 방제선을 투입해 방제작업을 했다고 이날 밝혔다. 기름이 근해로 흘러들어 갈 가능성이 낮아 양식장 등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던 해경의 예상이 빗나간 셈이다.

송정 근해에는 현재 54㏊ 넓이의 미역 양식장이 있다. 유막이 이곳 가까이 갈수록 어민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유막은 송정해수욕장에서 불과 3.6㎞ 떨어진 곳까지 들어왔다. 이태현 송정어촌계장은 "오전과 오후에 걸쳐 현장에 직접 나가봤다. 아직 피해는 없지만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 방제 작업이 빨리 끝나기를 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높은 풍랑 속에 유막이 잘 보이지 않자 어민들은 일단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기상 여건이 나빠 방제 작업 속도는 느려지고 있다. 기상청은 17일 오후 1시20분을 기점으로 부산 앞바다에 풍랑주의보를 발효했다. 초속 14m의 강한 바람과 3m 파도에 일부를 제외한 방제선은 차례로 철수했다. 또 이날 오후 이후로 유막이 어디로 펼쳐질지 몰라 해경을 비롯한 방제 당국은 애를 먹었다. 해경은 현재 남아 있는 얇은 유막 대부분이 풍랑에 자연히 흩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도, 방제 작업이 끝나는 시점은 아직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해경은 "한 가지 다행인 점은 17일 새벽까지 검게 뭉친 기름띠 대부분을 신속히 제거한 것이다. 얇은 유막이 아니라 검게 뭉친 기름띠가 바람에 밀려다닌다면 방제의 어려움은 더욱 클 것"이라고 밝혔다. 해경은 이날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15척의 해경 경비정과 한국해양환경관리공단 방제선 7척으로 방제 작업을 이어갔다.

한편 부산환경운동연합은 17일 부산 남외항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이번 사고는 파도가 높았음에도 무리하게 해상 급유를 진행한 관리시스템이 부른 분명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여수 GS칼텍스 우이산호 기름 유출 사고가 터진 지 불과 2주 만에 또 부산 앞바다에서 기름 유출사고가 난 것은 해양당국의 무책임한 행정의 결과"라며 "명확한 원인 규명과 실질적인 재발 방지대책 수립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6일 긴급 현장 조사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