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한 소년이 댐에 작은 구멍이 나자 자신의 팔뚝으로 구멍을 막았다. 그 덕분에 재앙을 막을 수 있었다. 이번 기름 유출 사고에서 활약한 해경 대원들의 이야기를 듣자 이 얘기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기름 유출을 빨리 막아야 한다는 임무를 완수해야 했으므로 위험하다는 생각은 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남해해양경찰청 특수구조단 소속 신승용(42) 이순형(36) 경사는 16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시꺼먼 기름을 머리부터 뒤집어쓴 채 2시간 동안 사투를 벌였다. 

지난 15일 오후 신 경사 등이 사고 현장에 출동했을 때 화물선 '캡틴 반젤리스'호에서 가로 20㎝, 세로 30㎝의 구멍을 통해 시커먼 기름이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이미 상당량의 기름이 바다로 유출된 상태였다. 이들의 임무는 선박의 파손 부위를 틀어막아 기름 유출을 최소화하는 것. 

이 경사는 "파손 부위가 높은 위치에 있어 로프에 의지해 허공에 매달려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며 선박의 굴곡 면에 파손 부위가 있어 손과 발이 잘 닿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신 경사와 서로 반동을 줘가면서 무사히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이들은 원뿔 모양의 나무쐐기와 부직포 모양의 기름 흡착제 등으로 선박이 부서진 부분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너울성 파도 때문에 몸의 중심을 잡기도 쉽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기름이 눈에 튀어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작업 2시간 만에 무사히 임무를 완수했다. 기름이 쏟아지던 구멍을 완전히 막았다. 파손 부위에서의 기름 해상 유출도 더는 없었다.

담담하게 소감을 말했지만, 당시 상황은 위험천만했다. 화물선에 난 구멍에는 벙커C유가 솟구쳐 오르고 인화성이 강한 유증기도 쉴 새 없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신 경사는 "위험하다는 생각보다는 빨리 기름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2시간이나 흘렀다는 사실도 나중에 현장을 빠져나온 뒤에야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또 신 경사는 "얼굴에 기름을 뒤집어쓰는 바람에 몸에 기름 독이 오른 상태다. 사고 현장에 아빠가 나갔다는 소식을 듣고 '딸이 많이 울었다'는 이야기를 아내를 통해 뒤늦게 들었다"고 전했다. 이 경사는 "장시간 매달려있다 보니 허리와 어깨 부분에 무리가 많이 갔다"고 말했다. 신 경사와 이 경사는 이날 병원에 입원해 간단한 치료를 받았지만 "몸에 큰 무리가 없어서 내일(17일)부터 정상 근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