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앞바다에서 11년 만에 대형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해 해양 오염은 물론 인근 수산물 양식장 등지의 피해가 우려된다. 부산해경은 지난 주말 부산 앞바다에서 화물선과 유류공급선 간 충돌 사고로 벙커C유 237㎘가 유출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지난달 31일 전남 여수 원유 유출(원유 164㎘) 사고가 미처 수습되기도 전에 발생해 무엇보다 어업인들의 걱정이 깊다. 부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는 2003년 9월 부산 중앙부두에서 침몰한 덕양호 사고(당시 벙커C유 360㎘ 유출) 이후 11년 만이다. 

지난 15일 오후 2시20분께 부산 남외항의 선박 묘박지에서 화물선 캡틴 반젤리스호(라이베이라 선적·8만8000t급)와 유류공급선 그린 플러스호(460t)가 높은 너울 파도와 강한 바람 탓에 충돌, 화물선 왼쪽 연료탱크에 가로 20㎝, 세로 30㎝ 크기의 구멍이 생겨 대량의 벙커C유가 바다로 흘러내렸다.

사고 이틀째인 16일 오후 사고지점에서 동남쪽으로 4㎞가량 떨어진 해역까지 은색과 흑갈색 오염군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며, 부산 목도 등지에 작은 기름띠 2개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해경과 해군은 각각 74척과 8척의 함정, 선박을 투입해 바닷물을 해상에 뿌려 기름이 증발되도록 하는 등 유출된 기름을 제거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여기에는 한국해양환경관리공단과 민간 방제업체까지 가세했다. 인근 양식장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기름띠가 연안에 닿기 전 가능한 한 빨리 기름띠를 제거하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지난 15일 오후 해양농수산국에 해양오염사고 수습본부를 설치하고, 기름이 연안으로 유입될 것에 대비해 일선 구·군과 함께 어업지도선을 동원, 유류방제작업과 예찰활동을 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기름 유출량 자체가 여수 사고 때보다 훨씬 많은 데다 벙커C유가 휘발성이 높지 않고 바다 표층 1m 아래에 분포하기 때문에 해양오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여수 사고 당시에도 해경의 처음 발표보다 훨씬 많은 양의 기름이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해경은 충돌사고로 선박에 생긴 구멍이 크지 않은 데다 많은 기름이 한꺼번에 유출되지 않았고, 신속하게 대처해 기름의 추가 유출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또 원유가 유출된 여수 사고와 달리 이번에는 유막이 얇은 벙커C유여서 방제 작업이 한결 수월하다는 것이다. 

한편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에게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해 오염이 확산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