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 유류중계기지가 건립됐다면 부산항 남외항에서 발생한 유류 유출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16일 지적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3일 중국 진황따오에서 출항해 페루로 향하던 화물선 캡틴 반젤리스호가 15일 부산항 묘박지에서 유류공급선 그린플러스호로부터 해상에서 유류를 공급받는 과정에서 높은 너울로 두 배가 부딪히면서 일어났다.

선박 간 해상 급유의 위험성은 그동안 끊임없이 지적됐다. 부산지역 해운항만업계는 부산항에 유류중계기지를 건립해 글로벌 종합항만으로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해상 급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부산항만공사(BPA)는 "부산항에 정박 중인 선박에 공급하는 유류를 북항 저유기지에서 소형 바지선으로 운송하고 있어 사고 발생이나 해양 오염이 우려되는 만큼 유류중계기지를 조속히 건립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부산항에는 111개 선박급유업체가 급유선박 170여 척으로 해상 급유를 하는 것으로 부산해양항만청은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이중 절반이 넘는 90여 척이 100t 이하의 소형 선박이어서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500t 이상 선박은 6척에 불과하다.

해양수산부는 2005년 8월 '부산항 선박급유업 활성화 추진계획'을 수립해 BPA와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유류중계기지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9년째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 유류중계기지는 항만에 대규모 저유시설과 선박 계류시설을 지어 운항 중인 선박에 기름을 공급해주는 시설이다. 부산신항 유류중계기지는 신항 남측 준설토 투기장 인근 6만3775㎡에 기름 23만㎘를 저장할 수 있는 유류탱크 14기와 선박이 댈 수 있는 계류시설 건립을 추진했으나 무산위기에 처했다. 기름 투자자를 찾지 못하는 것이 표면적 이유지만 해양수산부 등 주무부처의 의지 부족과 부처 간 협업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더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