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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부림사건' 재심 청구자 고호석 설동일 노재열 이진걸 최준영(왼쪽부터) 씨 등 5명이 13일 법정 밖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김성효 기자 |
- 피해자 "보안법 재논의 필요"
- 과거사 특단 구제조치 요구
- 나머지 14명 재심 신청할 듯
영화 '변호인'의 실제 배경인 '부림사건'의 재심 청구인 5명에 대해 33년 만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부산지법 형사2부(한영표 부장판사)는 13일 부림사건 유죄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한 고호석(58) 최준영(62) 설동일(58) 이진걸(56) 노재열(56) 씨 등 5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의자 신문조서는 경찰의 불법 구금과 자백 강요로 작성됐고, 압수물도 영장 없는 강제처분에 의해 이뤄져 증거능력이 없다"며 반공법·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은 국가의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하므로 학생운동이나 현실비판적인 학습행위만으로는 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계엄법 위반에 대해서도 "전두환의 12·12군사반란 및 5·18광주민주화항쟁을 전후한 일련의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함으로써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집시법 위반은 면소(일단 발생한 형벌권이 사후의 일정한 사유로 소멸) 판결했다.
판결 선고 후 고호석 씨는 "무죄 선고는 33년 전 우리들의 변호인이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라면서도 "국가보안법은 정권의 안보를 위해 국민의 인권을 무참히 유린하는 데 악용돼 왔다. 앞으로도 악용될 우려가 많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준영 씨는 "유독 검찰만이 과거 권위주의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있어 반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설동일 씨는 "국가의 불법 행위로 피해를 받은 많은 분에게 과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와 같은 국가 차원의 특단의 구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걸 씨는 "당시 나를 담당했던 최병국 검사가 최근 여전히 혐의를 확신한다는 말을 하고 있어 서글픔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며 "부림사건에 연루된 19명 중 나머지 14명도 조만간 재심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림사건은 1981년 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국가보안법·계엄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한 부산 지역 최대 공안사건이다. 당시 19명이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았으며, 부산지법이 지난해 3월께 고 씨 등 5명에 대해 재심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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