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이틀째 내린 눈으로 산복도로 등 곳곳의 도로가 마비돼 일선 구·군의 허술한 제설방재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고지대가 많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까닭이다.

11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지역 누적적설량(10, 11일)은 0.2㎝였지만, 기장군은 같은 날 6.5㎝ 정도 쌓여 전날까지 합친 누적적설량이 25㎝를 기록하는 등 지역에 따라 큰 편차를 보였고 강설은 동부산권에 집중됐다.

더욱이 내린 눈으로 산복도로가 얼어붙어 주민들이 통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동구는 지난 10일 밤부터 안창마을 입구~성북고개 등 산복도로 일대에 염화칼슘과 모래를 뿌리는 등 제설작업을 벌였으나, 노선버스가 운행 시각을 제때 맞추지 못한 데다 택시 타기도 어려워 출근길 지각 사태까지 빚었다. 산복도로를 다니는 차량마저 시속 20㎞ 미만의 거북운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황순옥(74) 할머니는 "눈만 오면 산복도로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마을버스가 다니지 못하거나 배차 간격이 하염없이 늘어지기 일쑤"라며 푸념했다.

이에 따라 부산 동구 초량동, 서구 아미동, 영도구 청학동 등 산복도로를 끼고 있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폭설에 대비한 방재장비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본지 취재진이 동구 산복도로 일대의 제설함을 열어보니 삽, 넉가래 등 제설도구는 없고 모래와 염화칼슘만 비치한 상태였고, 일부 제설함은 쓰레기로 채워져 있는 등 관리가 부실했다. 동구의 경우 250개의 제설함이 있지만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렵다. 최현섭(42·동구 수정동) 씨는 "제설함에 쓸 만한 제설도구가 없다 보니 폭설 때면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눈을 치우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제설장비 보유도 지자체별로 들쭉날쭉하다. 산복도로 빙판이나 눈을 녹이는 데 필요한 염화칼슘 살포기는 부산진구가 15대로 가장 많았다. 이와 달리 산복도로가 많은 동구는 2대, 중구 3대, 서구는 4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지자체 관계자는 "1000만 원짜리 염화칼슘 살포기를 사려면 이를 장착해야 할 트럭도 따로 사야 한다"며 "삽, 넉가래 등 일부 제설도구는 주민이 사용한 뒤 반납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제설함에 상시 비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