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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초대석 <49>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북한, 전례없는 퇴행적 정권…병자(病者) 다루는 의사 입장에서 접근해야

  • 국제신문
  •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  |  입력 : 2014-01-14 19:54:39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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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통일과 남북관계, 동북아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나는 외교관이다"

- 분단 장벽 없애는 일에 가장 보람
- 학생들 '세계를 보는 눈' 가졌으면

# "김정은, 北 내부 장악력 떨어져"

- 장성택, 파벌싸움에서 밀려 처형
- 당장 정권붕괴 추측은 비현실적

# "일본, 잘못 바로잡을 시기 놓쳐"

- 긴 시간 흘러야만 해결될 문제
- 中-日 충돌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올해는 말띠 해, 갑오년이다. 대한민국에서 역사교육을 받은 이라면 대부분 갑오년과 관련해 '갑오개혁(갑오경장)'을 떠올린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120년 전의 갑오년(1894년)과 상황이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아베 정권의 우경화에다 군사대국을 지향하는 중국,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맞대응이 물리면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동북아정세가 요동치는 중이다. 게다가 지난해말 불거진 북한의 장성택 처형사건은 남북관계의 틀을 새로 짜도록 주문하고 있다.

외교관이자 정치인, 외교통상부 장관 등을 지낸 송민순(66) 경남대 석좌교수로부터 정확한 국제정세 진단과 함께 대처방안을 들어 봤다.

-지난해 4월부터 경남대 정치외교학과와 대학원에서 석좌교수직을 맡은 것으로 안다. 젊은이들에게 어떤 점을 강조하는지.

▶그동안 국제무대와 중앙에서 주로 일을 했다. 학생들에게 세계를 쳐다보는 눈을 키워야 우리의 미래가 열린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젊은이들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아야 그것을 통해서 큰 꿈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과 토론 등을 하면 아주 재미가 있다.

-외교관, 장관, 국회의원, 교수 등 이력이 다양하다. 어떤 직업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

▶모두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외교관이 가장 보람이 있었다. 군대에서 탄약 창고병 생활을 하면서 나라가 분단으로 인해 소모되는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분단을 없애는 일을 하고싶어 외무고시를 통해 외교관이 됐다. 요즘에는 사회단체나 연구소 등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어떻게 열어가야 할까 등에 대한 것들을 강의하고 있다.

-지난해 말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북한의 장성택 처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북한이 아무리 세습왕조라 해도 3대 세습을 평탄하게 이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단은 김정은의 북한의 각 파벌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졌다고 본다. 장성택이 김정은에게 도전했다기보다는 북한 내 파벌 싸움에서 밀렸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우리는 북한을 감정적 시각보다는 아주 냉정하게 봐야 한다. 장성택을 처형하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이 북한 자체가 곧 무너질지 모른다고 추측하고 있는데, 그건 기대일 뿐이다. 김정은 정권이 장악력이 취약하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정권붕괴로 이어질 것이란 근거가 없다. 또 북한의 주민들은 시민의 힘으로 세습독재체제에 저항할만한 조직화된 단계가 아니다. 특히 중국이 북한의 상태가 상당기간 안정적으로 가기를 희망하고, 또 그렇게 움직이고 있어 붕괴는 쉽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이례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우리 측이 긍정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은 거부했다. 북측의 의도는 무엇일까.

▶북한은 언제나 양면적 접근성을 보인다. 한쪽은 대화하자고 하고 다른 쪽은 비난하고 비판했다. 이번에 남북대화를 하자고 한 것은 여려가지 상황이 있을 것이다. 하나는 장성택 이후 북한이 잔혹한 정권으로 인식돼 외부로부터 경제협력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되니 남북대화라는 건설적 방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지금까지 보인 남쪽의 자세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식의 비판을 병행했다. 그러나 발언의 무게는 대화 쪽에 있다고 본다.

-최근 북한의 행동을 보면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북한은 도대체 어떤 집단인가.

▶북한은 문자 그대로 옛날 과거 왕조시대보다 더 후퇴되어 있다. 역사에 전례를 찾기 어려운 퇴행적 정권이다. 하는 행태와 체제가 병자다. 문제는 병자를 무조건 비판해서는 해답이 없다는 것이다. 남북이 함께 해야 하고 또 언젠가는 통일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 혹은 병원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북한 체제가 불안정할수록 이때가 통일을 위해 준비해야 할 시기라는 의견도 나온다. 만약 그렇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통일은 진짜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게 급하게 올 수 있고 아무리 기대해도 먼 훗날에 올 수 있다. 통일 시기를 못 박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판단이다.

통일을 위해서는 3가지 방면에서 준비해야 한다. 우선 큰 비용을 들여서라도 통일을 하는 것이 이득이 된다는 사회적인 응집력을 키워야 한다. 둘째 남북한에 어떤 상황이 생겼을 때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키워야 한다. 셋째 주변국들이 우리의 통일을 지원할 수 있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자신들과 동맹을 맺는 통일을 원하고 있고, 중국은 외세의 개입없는 자주적인 통일을 원하고 있다. 어찌 보면 한국 외교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일본 아베 정권의 우경화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 일본을 어떻게 다뤄야하는가.

▶일본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은 과거 잘못을 단절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면서 천황제가 유지됐다. 이 때문에 일본은 독일이 나치와 단절한 것처럼 행동하지 못한 것이 역사적인 사실이다. 지금 와서 우리가 천황제를 없애라고 할 수 없다. 이 문제는 긴 시간이 흘러가야만 해결될 수 있다. 민간 차원의 경제 교역과 관광은 그대로 하면 된다. 다만 정치 및 안보 사안은 정부가 하는 것이다. 일본이 지금처럼 해서는 정치·안보 분야의 협력은 어렵다.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이 1894년 갑오개혁 때와 비슷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떻게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가.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 같아서 국제정세를 읽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으로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120년 전과 비슷한 점은 청일전쟁처럼 중국과 일본이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한국이 그 때처럼 허약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존재도 120년 전과 다르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이 충돌하면 군비경쟁이 불가피하다. 군사력에서 세계 2, 3위인 두 나라가 군비경쟁을 하면 우리도 이 대열에 합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군비경쟁은 일종의 보험이다. 한국도 적절한 군사력을 가져야 하는데 일본과 중국이 경쟁하면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이 때문에 120년 전의 상황을 '오늘날 새로운 형태의 위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 송 전 장관이 걸어온 길

- SOFA 불평등 조약 삭제… 2005년 6자회담 공동성명 이끌어내

경남대 석좌교수인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외교관이다.

송 전 장관은 1948년 경남 진주시 이반성면에서 출생했다. 부모를 따라 마산으로 가 성호초등을 1년 동안 다니다 고향인 이반성초등으로 전학했다. 6학년 때 다시 마산으로 온 뒤 마산 중·고를 거처 1975년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1975년 제9회 외무고시에 합격, 같은 해 9월 외무부(현 외교통상부)에 입부했다. 이후 독일 인도 미국 싱가포르 대사관에서 근무하다 안보과장, 북미국장, 주 폴란드 대사, 기획관리실장, 차관보 등을 역임했다. 1989~1991년 안보과장 재직 때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1차 개정 협상의 실무대표로서 형사재판관할권 반환 등의 성과를 냈다. 또 북미국장이던 1999~2000년에는 SOFA 2차 개정 협상 한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다. 이 때 형사재판절차 개선, 환경조항 신설 등 7개 분야에서 불평등 조항을 삭제하는 등 협정 개선을 성사시켰다.

송 전 장관은 2005년 차관보 재직 당시에는 한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았다. 9·19 공동성명 담판 과정에서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을 몰아붙여 타결을 이끌어 낸 일화는 외교가에서 전설처럼 떠 도는 이야기다.

김대중 정부 때에는 외교비서관으로 햇볕정책 입안에도 참여했으며,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청와대 안보정책실장과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송 전 장관은 국회의원의 경험도 있다. 2008년 시작된 18대 국회 때 외교 통상 통일 안보 분야에서 의정활동을 펼쳤다. 지난해 4월부터 경남대 정치외교학과와 대학원에서 석좌교수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송민순 전 장관 프로필

▷1948년 7월 경남 진주에서 출생

▷1975년 2월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1975년 5월 제9회 외무고시 합격

▷1975년 9월 외무부 입부(독일·인도·미국·싱가포르 대사관)

▷1989년 7월 외무부 안보과장

▷1991년 2월 외무부 북미과장

▷1997년 8월 대통령비서실 국제안보비서관·외교통상비서관

▷1999년 7월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2001년 5월 주폴란드공화국 특명전권대사

▷2004년 8월 외교통상부 기획관리실장

▷2005년 1월 외교통상부 차관보

▷2006년 1월 대통령비서실 통일외교안보 정책실장

▷2006년 11월 외교통상부 장관

▷2008년 6월 제18대 국회의원

▷2013년 4월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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