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새벽 부산 앞바다에서 화물선에 부딪힌 케미컬 운반선 '마리타임 메이지'(MARITIME MAISIE·2만9천211t)호는 파도에 선체를 맡긴 채 금방이라도 두 동강이 날 것 같은 위태로운 상태였다.

이날 태종대 남동쪽 9.2마일 해상에서 12시간이 넘도록 진화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케미컬 운반선 주변은 시종 긴장감이 흘렀다.

인화성이 강한 유독 물질 때문에 사고 선박 반경 100ｍ 이내의 접근이 철저하게통제됐다.

소방정과 헬기를 동원한 해경의 8시간이 넘는 사투 끝에 큰 불길은 잡혔지만 케미컬 운반선 주위에는 시꺼먼 연기가 쉴새없이 피어올랐다.

주요 파손 부위인 선박 중앙은 충돌로 인한 선체가 갈기갈기 찢어졌고 왼쪽 선미까지 외벽이 시꺼멓게 그을렸다.

화물선 선수에 부딪힌 케미컬 운반선 왼쪽 중앙 3,4번 탱크 부분은 약 8ｍ의 큰구멍이 뚫리는 등 선체 절반 이상 크게 파손돼 큰 파도라도 치면 두 동강이 날 것 같은 위태로운 상황이 이어졌다.

3,4번 탱크에는 애초 파라자일렌, 아크릴로나이트릴 등 인화성이 강한 화학물질4천350ｔ이 실려 있었지만 이번 화재로 대부분 타 다버렸고 잔류 물질이 불에 타 연기가 피어올랐다.

살충제, 접착제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파라자일렌, 아크릴로나이트릴은 인체 접촉시 암을 유발하거나 장기 손상, 유전질환의 가능성이 있는 유독물질이다.

이 때문에 만약 케미컬 운반선이 침몰이라도 할 경우 심각한 환경 재앙이 우려되고 있다.

더군다나 충돌사고가 난 태종대 남동쪽 9.2마일 해상은 수심도 100ｍ에 이르고 평소에도 너울성 파도가 많이 치는 곳이어서 더욱 조마조마한 상태라고 해경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해경은 사고 선박 200ｍ 이내에 가스검침 결과 현재까지는 화학물질 유출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충돌로 인한 선체 균열 등으로 나머지 18개 탱크에 나눠 보관된 화학물질 2만5천ｔ이 흘러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해경 관계자는 "12시간 넘게 소방정과 헬기를 동원해 물을 뿌리고 있지만 화학물질의 인화성으로 인해 접근이나 진화가 어렵다"며 "현재로선 3,4번 탱크의 화학물질이 다 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