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경과지 마을 주민들이 8일 경남 밀양시 영남루 맞은편에 최근 음독자살한 유모 씨의 분향소를 설치한 뒤 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의 음독 사망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유족 등과 경찰이 음독 이유를 놓고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는 데다 일부 시민들이 시내에 분향소를 설치하면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또 유족들이 정부와 한국전력의 사과 등을 요구하며 장례를 연기하기로 해 갈등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8일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는 "지난 6일 사망한 유모(71) 씨가 송전탑 문제로 고뇌하다 음독을 했으나 경찰이 사실과 다른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것이 언론에 기사화돼 유족 측이 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 씨가 음독 후 병실에서 만난 대책위 대표 김준한 신부에게 "철탑이 들어서면 아무것도 못한다. 살아서 그것을 볼 바에야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는 말을 했다는 점을 들어 음독 이유가 송전탑 건설과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례 일정 및 절차와 관련해 유족들은 "장례 일정을 연기했다. 빈소는 9일까지만 운영하고 이후에는 분향소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밀양경찰서는 유족과 119 구급대원 등을 통해 수사한 결과, 유 씨가 음독 당일인 지난 2일 오전부터 술을 많이 마셔 취한 생태였고, 시장에서 귀가 후 2층에 있던 가족을 불러 아들이 보는 앞에서 제초제를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책위 등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 유 씨가 돼지 값 하락과 축사가 잘 처분되지 않아 고민했다는 점 등으로 미뤄 제반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음독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책위는 이날 오후 삼문동 영남루 맞은편에 유 씨의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이 일어나 대책위 주민 4명이 병원에 이송됐다. 대책위는 11일 오후 7시 유 씨의 추모행사를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