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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초대석 <44>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증권업 불황에 거래소도 긴축… 공공기관 해제돼도 방만경영 없을 것

  •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   입력 : 2013-12-05 20:07:50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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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달 29일 인터뷰 자리에서 한국거래소의 나아갈 방향과 부산화 플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거래소가 나아갈 방향 고민하랴
- 공공기관 해제 설득하랴 늘 바빠

- 전세계 주요 거래소 치열한 경쟁
- 민영화 통한 사업 다각화가 살길

- 부산을 상품거래 중심지 만들 것
- 취임 100일 내놓을 선진화방안엔
- 자본시장 활성화 종합대책 마련

- 정부 공공기관 개혁에 적극 동참
- 내년 국내 증시 침체 벗어날 듯

최경수(63) 한국거래소(KRX) 이사장은 정통 국세공무원 출신답게 진중한 성격과 꼼꼼한 업무 스타일로 유명하다. 지난 10월 2일 이사장 취임 직전 거래소에서 잇따른 전산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취임하자마자 전산 담당 직원에게 "매일 오전·오후 전산에 이상이 없는지 직접 문자로 보고하라"고 지시할 정도다. 취임 100일 기한으로 머리를 짜내 거래소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청사진을 그리겠다며 KRX 선진화 태스크포스(TF)팀도 구성했다. 부산 금융중심지 시대를 맞아 거래소의 '부산화' 작업도 직접 챙긴다. 그래서인지 요즘 거래소 직원들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오전 7시 반이면 출근해 세세한 업무까지 직접 챙기는 신임 이사장 때문에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공기업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기강해이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새벽 2~3시에도 잠이 깨 회사 일에 대해 고민할 때가 많습니다. 한국거래소가 나아갈 방향과 투자자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늘 고민하고 있죠. 증권사 사장 때는 수익성 문제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낮에는 영업 하느라 바빴어요. 거래소 수장이 되고 나서도 정부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하고 회사 업무를 하느라 쉴 틈이 없습니다."

지난달 29일 인터뷰 자리에서 그 말을 듣고 다시 쳐다보니 정말 취임식 때에 비해 얼굴이 퀭했다. 하지만 어떠한 일이든 그 속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의 눈은 열정으로 빛난다고 했던가. 그의 목소리와 눈빛만은 기백이 넘쳤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가.

▶지금 거래소는 그 어느 때보다 위기에 처해있다. 증시 부진과 증권업계의 불황, 거래 수수료 감소 등이 주요 원인이다. 지난해 거래소의 순이익이 반 토막 난데다 올해도 수익성이 좋지 않다. 현재 통상경비를 30%가량 줄이는 긴축경영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 지정해제와 자본시장 활성화 지원책, 신시장 발굴 등 당면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부기관 관계자 등 만나야 할 사람도 많고 공부할 양도 엄청나다. 취임 이후 거래소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임직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내부 직원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해 발족시킨 TF팀에선 과거에 대한 치열한 반성, 혁신적인 대안 모색 등을 하고 있다. 거래소 발전전략의 출발점이 되는 공공기관 해제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거래소 공공기관 해제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거래소는 기본적으로 매매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서비스 기관이다.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남아있는 곳은 한국과 슬로바키아뿐이다. 거래대금 감소는 우리만의 상황이 아니라 국제적 추세로 전 세계 거래소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 등 아시아 주요 경쟁거래소들은 해외에 지분투자를 하거나 해외 거래소를 M&A(인수합병)하는 등 거래수요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민영화를 통한 사업 다각화 없이는 적자 운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공공기관 지정해제가 되면 방만 경영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방만 경영 해소는 공공기관 해제의 전제로 우리도 이미 노력하고 있다. 공공기관 해제 이후에도 예산·인사·조직·규정개정 등 경영 전반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실질적인 통제는 적용된다. 이미 취임 이후 사업 중요도를 검토한 후 IT예산을 감축했는데, 내년에는 사업조정과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초긴축 예산을 편성해 방만 경영 여지를 원칙적으로 제거할 방침이다.

-부산 금융중심지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거래소의 역할은.

▶부산을 상품거래의 중심지로 만들겠다. 지난해 석유전자상거래 시장이 개장했는데 울산의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과 연계해 규모를 더 키울 수 있다. 금 현물시장과 탄소배출권 시장 등을 부산에 개설하고, 파생상품 거래 활성화를 위한 상품본부도 별도로 만들 계획이다. 개설 초기에는 파생상품 시장이 적자를 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파생 신상품 개발은 필수적이다. 선박금융을 위해 해운 관련 장외 파생상품 개발에도 힘쓰겠다. 또 장학사업과 금융 교육사업을 확대해 현재 30% 수준인 KRX 국민행복재단의 부산지역 사업 비중을 내년부터는 50% 선으로 끌어올리겠다.

-취임 100일 발표할 예정인 'KRX 종합선진화 방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앞서 언급한 거래소의 부산화 프로그램은 물론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 중이다. 유망 기업들의 기업공개(IPO)를 활성화하고 거래수요를 진작시키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또 해외 거래소와의 M&A, 중앙청산소(CCP) 설치, 사업 다각화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전략 등이 있다.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민간부문과 비교하면 공공부문에 누적된 비효율이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일부 공기업의 과도한 부채의존 구조는 어떤 형태로든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거래소는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어 공기업 부실과는 관련이 없지만, 최근 거래대금 감소에 따른 경영악화 등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 있다. 임직원들이 민간기업의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하고 투자자와 업계의 요구를 파악해 상품 설계에서부터 시장운영까지 전 과정에 반영할 방침이다.

-내년도 주식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아직 많은 대외변수가 있고 시황 전망은 언제나 조심스럽지만, 내년 국내 증시는 그동안 세계 증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에서 해소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 지속하고 있는 채권 등 안전자산 위주 투자가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대전환(Great Rotation)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증시는 경상수지 흑자 등 펀더멘탈 부각으로 그간 침체가 상당부분 개선되고 코스피가 사상 최고점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 최경수 이사장은 누구

- 행시 출신 세제 전문가
- 학계·CEO 다양한 경험
- 공과 사 분명하고 화통

   
최경수 이사장은 행정고시 14회 출신으로 공직에 오랫동안 몸담았다. 1975년 김천세무서 총무과장을 시작으로 재경부(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거쳐 2005년 조달청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날 때까지 '세제 전문가'로 살아왔다. 이후 계명대 세무학과 교수로 잠시 학계에 머물다 2008년 현대증권 사장으로 부임했다.

최 이사장은 국세청에 몸담을 당시 36세의 젊은 나이에 안동세무서장을 시작으로 동대구세무서장, 중부지방 국세청장, 조달청장, 현대증권 사장 등 오랜 시간 각종 기관장을 맡았다. 그는 "인적·물적 자원을 관리하고 적재적소에 배분해 효율적인 기업을 만드는 게 CEO의 주요 임무"라며 평소 지론을 밝혔다.

최 이사장은 소탈한 스타일로 누구와도 격의 없이 어울리는 친화력을 갖고 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평이다. 하지만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업무처리는 치밀하고 공사가 분명하다. 업무효과를 위해선 직원들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지만, 뒤끝이 없고 화통한 성격이라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최 이사장은 "관과 민, 학계에서의 경험을 잘 살려 정부와 증권사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거래소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의 선임 과정은 낙하산 인사 논란과 함께 거래소 노조가 최 이사장 선임에 반대투쟁을 펼치는 등 순탄치 않았다. 공무원의 경직된 사고가 거래소를 관치로 이끌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취임하고 보니 세제 공무원 출신다운 꼼꼼함이 강점이 됐고, 업계에서 갈고 닦은 유연함도 거래소에 시너지를 일으켰다는 평이다. 노조와의 갈등이 생각보다 심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최경수 이사장 약력

▷1950년 11월 경북 성주 출생

▷대구 경북고·서울대 지리학과 졸업

▷1973년 제14회 행정고시 합격

▷1975년 김천세무서 총무과장

▷1995년 재정경제부 조세정책과장

▷2002년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2003년 제22대 조달청 청장

▷2008년 현대증권 대표이사 사장

▷2013년 한국거래소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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