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동서대학교 국제협력관에서 열린 캠퍼스아시아 릴레이 특강에서 한중일 학생 30명이 동서대 장제국 총장의 특강을 듣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30명 시간 아랑곳 않고 열중
- 세 대학 캠퍼스 돌면서 생활
- 교토·광둥 실시간 화상강의
- "졸업뒤 동북아 가교 희망"

지난달 29일 오후 동서대 국제협력관 3층 초국경경영대학원 강의실. 한국 중국 일본의 대학생 30명이 동서대 장제국 총장의 특강을 '꽂힌 듯이' 듣고 있었다. 강연의 주제는 '최근의 한중일 관계에 관한 고찰'. 수강생은 동서대와 일본 교토의 리츠메이칸대, 중국 광둥외어외무대에서 온 캠퍼스아시아사업 참가자(각 대학 10명씩)들이었다.

"한일 관계는 지금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쁜 적도 드물었습니다. 그에 반해 한중 관계는 밀월관계라 할 수 있을 만큼 좋습니다. 중국과 일본은 서로 견제하고 있죠. 이 같은 외교적 갈등과 우호의 국면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국제관계 전문가이기도 한 장 총장의 특강은 자연스럽게 토론으로 발전했고, 토론은 뜨거웠다.

애초 예정됐던 특강시간은 오후 2시40분부터 4시까지였는데 실제로 끝난 시간은 오후 4시40분이었다. 강연자도 수강생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눈치였다.

이 수업은 원격화상수업장치를 통해 광둥외어외무대와 리츠메이칸대 강의실에도 실시간으로 상영됐는데, 원격화상으로 특강을 듣던 학생들 일부가 "다음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며 자리를 뜰 뿐이었다.

이날은 동서대·리츠메이칸대·광둥외어외무대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캠퍼스아시아사업의 올해 '한국학기'(지난 9월 5일부터 12월 4일)의 종강특강이었다. 특강의 주제가 세 나라 대학생들 모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한중일 관계'였기 때문인지, 특강이 어느새 활발한 토론의 장으로 바뀌고 세 나라 학생들 모두 진지했다.

캠퍼스아시아사업은 '강력한' 한중일 대학 간 공동학위 취득프로그램이다. 지난 2011년 한중일 세 나라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시행에 합의했고 이듬해부터 곧바로 시행됐다. 현재 한국에서는 동서대를 비롯해 부산대 서울대 KAIST POSTECH 고려대 성균관대 KDI국제정책대학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 각 대학은 중국과 일본에 있는 파트너 대학 각 1곳씩과 협약을 맺고 학부생을 위한 3학기제의 공동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동서대는 광둥외어외무대, 리츠메이칸대와 파트너를 맺었다. 각 대학에서 10명씩 선발된 대학생들은 첫해였던 지난해 세 나라의 대학에서 각각 10주씩 머물며 어학 습득 중심의 학기를 보냈다. 올해는 모든 참가자가 지난 2월부터 10주 동안 광둥외어외무대에서, 5월부터 10주 동안 리츠메이칸대에서 기숙사생활을 하며 각 나라의 문화와 역사, 어학을 공부했다. 한국학기는 지난 9월 5일 동서대에서 시작해 4일 끝나는 일정이다.

동서대 측 참가자 곽레지나(중국어학과 2학년) 씨는 "마지막 학기에 해당하는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방식으로 세 대학의 캠퍼스를 돌면서 심화된 공부를 한다"며 "기숙사비와 생활비를 지원받으면서 3개국 대학생과 오랜 기간 함께 생활하고 공부하니 학습효과도 높지만 한중일 3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종강특강 자리에서 만난 요시미 코헤이(리츠메이칸대 2) 씨는 "현대 동아시아 언어와 문화를 전공하고 있는데 한국학기 동안 동서대에 지내보니 '정말 한일관계가 나쁘기는 한 건가' 싶을 정도로 환대를 받았다"고 말했다. 광둥외어외무대에서 일본어를 전공 중인 증원지(3학년) 씨는 "졸업 뒤에 한중일의 가교가 되는 직업을 구할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학생은 모두 한국어로 답했다.

내년 한 해를 남겨둔 캠퍼스아시아사업은 일회성 또는 이벤트성의 한계를 벗은 깊이 있는 교류프로그램이 뜻깊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