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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초대석 <43> 소년범의 아버지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판사

"아동학대·비행청소년은 부모 잘못이 커"…`호통 판사` 사랑으로 품다

  •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  |   입력 : 2013-11-28 20:00:03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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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가 아동학대와 비행청소년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외국선 학대 땐 친권 뺏는데
- 한국은 법적인 제재 부족해
- 소년정책 30년 뒤 바라봐야

- 아이에 최소한 기본권 주고
- 그래도 개선 안되면 벌줘야
- 호통 치면 가족 벽 허물어져

- 책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 문광부 올해의 우수교양도서
- 삼풍백화점 사고 모면 '천운'

'소년범의 아버지'로 널리 알려진 부산가정법원 천종호(48) 부장판사가 이번에는 아동학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어린이집의 학대, 의붓엄마에 의한 8세 소녀의 사망까지 발생해 심각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비행청소년보다 더욱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학대받는 아이들이며, 아동학대가 결국 소년범 양산의 밑바탕이 된다는 소신이 있었다. 이런 바탕에는 배를 곪아가며 판사가 된 그 자신의 고통스러운 청소년기가 깔렸다. 

지난 2월 출간한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에서 그는 "가난이 삶의 의지를 꺾는 무서운 질병처럼 느껴졌고, 이러한 경험 때문에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에 대한 연민이 깊이 자리 잡았다"고 소개했다. 이 책은 2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올해의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됐다. 지난 12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천 부장판사를 만났다.

-아동학대·비행청소년, 무엇이 문제인가.

▶기본적으로 가정해체 비율이 높은 것이 문제다. 소년들은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18세 미만은 부모 동의가 없으면 일도 못 하고, 은행계좌 개설이 안 돼 휴대전화 개통도 못 한다. 운전면허도 따지 못한다. 이 같은 제한은 부모와 사회가 이들을 보호한다는 전제에서 생겨났지만 실제 부모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사회도 보호하지 않고 방임하고 있다. 가정에서 소외된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소외당하고, 사회에서도 냉대를 받다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뻔한 일이다.

-어떻게 보호해야 하나.

▶국가가 청소년 문제에 대해 안타까울 정도로 눈을 감고 있다. 미래의 주역이라고 하면서도 실제 결손가정 아이는 내팽개쳐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회가 정의롭다면 아이부터 챙겨야 한다. 외국에서는 아이가 감기로 인대가 부어 밤새 울어도 아동학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바로 신고한다. 또 학대받는 아동을 위한 위탁가정을 만들어 두고 아동학대가 발견되면 관계기관에 신고하며, 법원이 나서서 양육권이나 친권을 뺏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동학대 징후가 보여도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검사도 친권박탈 청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는다. 친족 간 성폭행과 학대를 당한 아이를 위한 쉼터와 비행청소년을 위한 쉼터를 전국에 보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 대부분이 결국 갈 곳이 없어 보호자에게로 돌아가기 일쑤고, 더욱 심한 학대를 받게 된다. 

-걸림돌은 뭔가.

   
▶사람 대부분이 비행청소년을 이방인 또는 투명인간으로 취급한다. 사회에서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고, 비행에 대한 교정은 법무부에서 처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이들을 대변할 생각이 없고, 이런 현실을 타개할 사람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소년사건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절망을 안고 산다. 서로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내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나는 4년 내내 외치고 있다. 책을 쓰고 방송에 나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소년 정책은 '묘목'을 만드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30년 뒤 우리가 이 아이에게 돌팔매질을 당하지 않으려면 30년 뒤를 보고 한 단계씩 밟아가며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국민의 인식 변화도 필요한가.

▶아이 대부분이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다면 소년범은 마이너스 상태에서 출발한다. 보호를 잘 받고 있는 아이와 사회에서 내팽개쳐진 아이를 동일한 잣대로 봐서는 안 된다. 최소한 기본은 제공해줘야 한다. 정을 주고 관심을 더 주는 등의 기회를 준 뒤 성인이 됐을 때도 개선되지 않으면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 사회에 대한 원망이라도 줄일 수 있다. '묻지마 범죄'도 결국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의 삐뚤어진 마음이 발현된 것이다. 재비행에 대해서도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

-소년사건과의 인연은.

▶부산고법에서 3년간 일한 뒤에는 부산지법으로 내려가 '판사의 꽃'이라고 하는 형사단독 판사가 되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2010년 2월 갑자기 창원지법으로 발령이 났다. 창원지법에서는 영장전담과 소년사건을 담당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운명을 갈랐다. 소년사건에 매달리면서 사법형 그룹홈을 만드는데 애썼고, 2010년 11월 1호가 만들어진 이래 지금까지 부산 경남에 총 11곳(부산 6곳, 경남 5곳)이 만들어지도록 도왔다. 소년사건은 법리적으로 다투는 게 없어 재비행을 막는 일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아직도 재판에서 호통을 치나.

▶부산에서는 호통을 칠 일이 적었다. 사건 수가 창원보다 적고, 사건당 배정된 시간도 넉넉했기 때문. 창원에서는 죄를 뉘우치지 못하는 초범보다는 기로에 선 아이들 위주로 시간을 분배할 수밖에 없었다. 판사가 갑자기 호통을 치면 순간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효과가 있다. 시간이 부족해 결국 호통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특히 부모에게 호통을 치면 아이들에게 효과가 크다. 그 순간 부모와 아이가 하나가 되고 그들을 가로막던 벽이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판사가 될 때까지의 삶은.

▶1965년 부산 서구 아미동 까치고개에서 태어났다. 특무상사로 전역한 아버지가 목수로 일했는데 장마철과 겨울철에는 일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 굶기 일쑤였다. 초등학교(아미초)는 9살에 입학했다. 입학 몇 달 전 동생을 때리고 도망간 친구를 쫓다가 친구 어머니가 나를 큰 바위로 내동댕이치면서 오른쪽 허벅지 뼈가 두 동강이 나 깁스한 채 6개월을 환자로 보내면서 입학 시기를 놓쳤다. 초등학교 때는 육성회비나 준비물을 마련하지 못해 학교를 빼먹은 날이 많았다. 부산대 법대에서 4년간 장학금을 받았으며, 제대 후 대학에 고시생 기숙사가 만들어져 왕복 4시간의 통학시간을 아껴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다. 판사가 될 때도 운이 좋았다. 연수원 동기 290명 중 우리 때는 75명 정도가 판사가 됐다. 직전 기수들은 40명에 불과했다. 1997년 3월 1일부터 예비법관제가 도입되면서 2년 동안 법관을 임용하지 못해 임용대상자를 크게 늘린 것.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 죽을 고비를 두 번 넘겼다던데.

▶사고는 1995년 6월 29일 오후 6시에 발생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날 저녁 아내와 함께 삼풍백화점에서 밥을 먹기로 했으나 하루 전날인 28일 연수원 동생들이 형수가 보고 싶다고 해 하루 앞당겨 식사하면서 1차 위기를 넘겼다. 예술의 전당에서 국악공연을 관람하는 과정을 마치고 삼풍백화점에서 동료들과 저녁을 먹으려다가 백화점 맞은편 순두붓집으로 식사 장소를 바꿔 밥을 먹으면서 또 한 번의 위기를 넘겼다. 특이한 것은 당시 사법연수생은 한 명도 다치지 않았다는 것. 사법시험을 다시 쳐야 할 뻔했다(웃음). 


# 별명으로 본 천 부장판사

- 천10호·비행청소년의 대부·바보 등으로 불리어

호통판사와 천10호, 바보, 비행청소년의 대부, 소년범의 아버지 등등 많은 별명을 가지고 있는 천종호 부장판사는 어떻게 해서 이런 별명이 붙게 된 것일까. 

가장 대표적인 별명인 천10호는 한 아이가 2호 처분(가정 또는 그룹홈에 머물면서 정신교육 수강)을 받고 수강기관에서 그림을 그렸는데 그 그림에 나온 배의 이름과 선장의 이름이 천10호였다. 천종호라는 이름에서 '종'자를 빼고 숫자 '10'을 넣은 것이다. 10은 가장 높은 처분인 10호 처분(소년원)을 많이 내린다고 해서 붙여졌다. 그 배의 목적지는 소년원이었다. 천 판사는 "애들이 자기들에게 무서운 존재가 있다는 것에 대해 그런 식으로 소문을 낸다"며 "법정에서 최대한 착한 척해야 한다는 것이 널리 알려졌다"고 말했다.

호통판사는 애초 창원 청소년비행예방센터 직원이 천 판사가 진행하는 법정에 와서 호통치는 저의 모습을 보고 '판사님은 호통치료 기법을 쓰시네요'라며 메일을 쓴 것이 시초다. 짧은 시간에 아이들이 변하는 게 느껴진다는 말과 함께였다. 이어 호통대장으로 불리다가 SBS의 '학교의 눈물' 이후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영상이 떠돌면서 검색어가 호통판사로 바뀌게 됐다. 또 아이들 사이에서는 게임 디아블로를 본떠 디아블로(악마)로 불리기도 했다. 

유일하게 가족만 부를 수 있는 '바보'라는 별명도 있다. 그의 부인은 "바보같이 맨날 품격에도 안 맞게 비행소년하고 어울리노"라며 이같이 부른단다. 


▶천종호 부장판사 약력

-1965년 부산 서구 아미동 까치고개 출생. 7남매 중 넷째

-아미초, 송도중, 부산남고, 부산대 법대

-사법시험 36회(사법연수원 26기)

-부산지법 판사, 부산지법 동부지원 판사, 부산지법 가정지원 판사, 부산고법 판사, 창원지법 소년부 판사 

-부산대 법대 박사과정 수료, 2006년 2월~2007년 2월 일본 교토대학 장기해외연수

-현 부산가정법원 소년부 부장판사

-저서: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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