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10월 부산지역 조사

- 총 108명 중 중장년층 65명

- 남성이 여성보다 3배나 많아

- 평균 57.1세… 대다수 무직자 

- 해운대·수영·연제구 고밀도

지난달 4일 부산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TV 뉴스를 보던 집주인은 섬뜩했다. 부산에서 한 여성이 사망한 지 5년이 지나 백골로 발견됐다는 뉴스였다. 불길한 예감이 든 그는 두 달여 전부터 심한 악취가 풍긴 세입자 A(55) 씨의 집으로 갔다. 창문으로 확인한 집안은 끔찍했다. A 씨는 부엌 바닥에 엎드려 숨져 있었고, 이미 백골 상태였다.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월세 8만 원짜리 집에 혼자 살던 A 씨는 다섯 달여 전부터 동네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관심을 가진 이웃은 아무도 없었다.

혼자 살다 홀로 죽음을 맞는 고독사가 40, 50대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때 고령화 문제로만 인식됐던 고독사가 사회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에 따라 홀몸노인에 치중된 현재의 고독사 대책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본지 취재팀은 올해 1~10월 부산지역 변사사건 중 부산경찰청에 보고서가 남아 있는 1011건을 전수조사해 고독사 108건을 밝혀냈다. 변사보고서에 기록된 사망 전 행적과 시신 발견 시점을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동의대 사회복지학과 유동철 교수, 동서대 사회복지학부 김종건 교수,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 동구시니어클럽 이동훈 관장 등 전문가들이 자문단으로 참여했다. 

분석 결과 고독사 연령은 50대가 36명(33.3%), 40대가 29명(26.9%)으로 절반을 넘었다. 65세 이상 노인은 29명(26.9%)이었다. 평균 나이는 57.1세로 남성이 56.7세, 여성이 58세였다.

직업은 무직이 85명(78.7%)으로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직업이 있는 14명(13%)도 일용직 노동자, 택시기사 등이어서 안정된 정규직 근로자는 없었다. 경제적 궁핍이 고독사와 깊게 연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성별로는 남성이 81명(75%)으로, 여성 27명(25%)보다 3배나 많았다. 취재팀은 또 고독사 발생 지점을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분석했다. 고독사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해운대·수영·연제·금정구에 걸쳐 있었다.

고독사 통계 작성은 물론 지역별 분석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그동안 고독사 통계 작성과 실태 파악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해 왔다.

동서대 김종건 교수는 "국내 최초의 고독사 통계가 공개되면 지금까지의 대책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한 조기 발견 대책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사회적 관계의 회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