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렵게 출제돼 점수 떨어져

- 최저학력 기준 미달도 속출

- 수시모집 지원자 불안·낙담

- A·B형 수능 비교기준 없어

- 교사들도 진학지도에 난감

"수시 1차 모집 때 지원했던 대학이 요구하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못맞출 것 같아요."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부산의 한 일반고 3학년생 이근윤 군은 8일 학교에 가채점을 한 점수를 제출한 뒤 "영어 B형은 확실히 지난 6월과 9월의 모의평가보다 어렵다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역시 영어 B형에 응시한 같은 학교 김재현 군은 "수학 A형은 평이한 편이었는데 영어는 빈칸추론문제 5문항 중 4개가 3점짜리였고 이 문제들이 특히 어려웠다"고 이번 수능시험을 복기했다. 김 군은 "중위권 반 친구들은 영어 B형 때문에 진짜 고민을 많이 한다"며 "오늘 가채점을 했는데 지난 모의고사에서 영어 B형에 응시해 5등급을 받던 한 친구는 실제 수능에서 영어 A형으로 갈아타 1등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남고 박원주 교사는 "가채점 결과 전반적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고전을 한 학생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가채점 결과에 실망해 벌써 '내년에 보자'라고 실망감을 표현한 학생도 있었다"고 전했다. 박 교사는 "사실 올해 수능의 전반적 상황을 판단할 데이터가 극히 적고 새로 도입된 선택형 수능 탓에 변수가 많아 '실망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말로 격려하고 있지만 수험생들은 불안과 혼란을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일반고의 진학담당교사도 "9월 모평 자연계에서 원점수 기준으로 4개 영역 376점을 받았던 상위권 학생의 가채점 점수가 360점으로 내려간 사례가 있고, 이런 경향은 인문계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도 일어났다"며 "상당수 수험생이 가채점 후 울상"이라고 말했다.

수능 이전부터 예견됐던 대로, 올해 도입된 국어·수학·영어 영역의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의 선택형 시험은 수험생들의 입시전략 수립에 큰 혼선을 주고 있다. 특히 영어 B형은 큰 파괴력으로 교실에 혼란을 더하고 있다. 부산 종로학원 김윤수 평가실장은 "이번 수능에서 하위권 수험생이나 예체능 학생들이 대거 영어 A형으로 몰렸기 때문에 영어 B형에 응시했다면 4, 5등급에 머물렀을 학생이 A형에서 1등급까지 받는 일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B형을 치른 중·상위권 학생들은 등급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영어 B형을 선택하면 가산점을 주는 대학이 지역에 많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가산점을 받아본들 영어 A형을 선택해 높은 등급을 받은 학생보다 불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같은 유불리 문제를 놓고 또 한 번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박 교사는 "게다가 올해 선택형 수능이 도입돼 지난해까지의 입시자료가 별 도움이 못 되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밝혔다. 수험생들로서는 이래저래 불안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