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거주 배당금 2000만 원에
- 이젠 구입도 이사도 힘들어져

- 구청 "개인간 계약 문제" 손놔

부산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임대료와 분양전환가 과다 책정을 이유로 수년째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해당 구청은 개인 간 분쟁이라며 중재에 소극적이어서 입주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사하구 A아파트 임차인 대표회의는 "임대 사업자가 과다 책정한 임대료와 분양전환가를 바로잡기 위해 사하구가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4일 요구했다. 임차인 대표회의는 사하구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13일 집회를 열 계획이다.

총 990세대 규모인 이 아파트는 지난 2003년 공공임대아파트로 지어져 2008년께 분양으로 전환했다. 이때부터 주민과 임대 사업자 간 분쟁이 일어나 200여 세대에 대해 임대나 분양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2008년 사업자가 제시한 분양 전환가는 73㎡(22평) 기준 7800만 원. 주민들은 건설원가와 감정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분양전환가가 조작돼 높게 책정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업자가 건설원가에 높은 금리를 적용했고, 입맛에 맞는 감정평가사를 선정해 분양가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 260여 세대가 분양 전환을 하지 않았다.

높게 책정된 월 임대료도 문제였다. 이 기간 2만 원이었던 임대료가 계속 상승해 현재 13만 원에 이르렀다. 이 역시 연간 5%인 상한을 한참 초과했다는 게 임차인 대표회의의 설명이다. 사업자는 주민들이 분양 신청을 하지 않고, 요구한 임대료도 내지 않자 명도소송과 임대료 지급명령 소송을 냈다. 명도소송은 주민이 승소하고, 임대료 지급명령도 3만 원 선이 적정한 것으로 2심 판결까지 난 상태.

그럼에도 사업자가 임대 계약을 해주지 않아 주민들은 임대료를 법원에 공탁하고 있다. 사업자는 계약 없는 무단 점유를 주장하며 하자 보수를 책임지지 않고, 불법거주 배당금도 부과하고 있다. 7년간 불법거주 배당금이 2000만 원으로 불어나 있어 주민들이 이사하려면 보증금에서 이 금액을 떼이거나 분양 계약을 하려 해도 7800만 원에 이 금액을 더해야 한다.

윤서영 임차인 대표회의 부회장은 "비가 샐 정도로 문제가 생기고 있는 집이 많다. 이사를 가지도, 계속 살기도 힘든 상태"라며 "2008년에 분양전환 신청을 승인한 사하구가 분양가 과다 책정을 몰랐으니 책임 있게 중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수차례 중재를 주선했고, 개인 간 계약 문제로 관여할 방법이 없다"며 "시세가 많이 올랐는데, 지금도 분양받는 사람이 있어 형평성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