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점산은 버림받은, 비운의 산군(山群)이다. 원형을 추정키는 어렵지만, 강서구 대저동 일대의 낙동강 대삼각주 지역에 7개 봉우리가 연이어 솟아난 수려한 지형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칠점산의 존재는 문헌자료에 나타난다.
'황산강(黃山江·낙동강)이 삼차수(三叉水)가 되어 흐르는 두 갈래 사이에 칠점산이 있다.'(신증동국여지승람)
'칠점산은 고을 남쪽 44리 되는 바닷가에 있다. 일곱 봉우리의 산이 점과 같다. 가락국 때 참시선인(旵始仙人)이 놀던 곳이라 한다.'(양산군지)
그 이름이 상징하는 7개의 봉우리는 모두 사라지고 1개만 가까스로 남아 있다. 강서문화원 최해준 사무국장의 얘길 들어보니, 남게 된 사연이 기막히다.
"일제시대 때 봉우리 4개가 없어졌고, 1963년 비행장 확장공사 때 나머지 3개가 훼손되기 시작했대요. 그러다 1977년 공군기지 확장 때 마지막 한곳을 발파하던 중 비행기가 떨어지고 인명사고가 나는 등 예기치않은 변고가 속출한 거예요. 산을 잘못 건드려 그렇게 됐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더 이상 손을 대지 못하고 지금처럼 우스꽝스럽게 훼손된 채 남은 거예요."
이 지역주민들은 예로부터 칠점산을 영험이 깃든 산이라며 신성시해왔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고 한다.
지형적 특성 못지않게 이곳에 스민 스토리도 흥미롭다. 가락국 2대왕 거등왕과 참시선인, 그리고 여말선초의 김해 기생 칠점선이 시대를 초월해 주인공으로 등장해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꾸미고 있다. 정몽주, 안축 등 내로라는 문사들이 칠점산을 노래하고, 김정호가 대동여지도에 칠점산을 표기한 것도 의미가 있다. 이처럼 칠점산 언저리에는 왕과 선인(仙人), 명기(名技), 거문고의 달인, 문인 등 신성적이고 서정적인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 스토리의 보고인 것이다.
강서구와 주민들은 지난 1995년 대저1동 칠점마을에 '기념비'를 세워 잊혀져가는 칠점산의 마지막 기억을 붙잡아 놓고 있다. 칠점산의 문화원형을 잘 요리하면 의미있는 문화콘텐츠 또는 관광자원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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