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득점자 답 들으며 시험 치러

- 답안 유출자 등 일당 3명 구속

- 부정행위 12명 5년간 응시 제한

취업준비생들의 생존이 걸린 토익(TOEIC) 점수를 높이기 위한 부정행위가 또 경찰에 적발됐다. 이번엔 스마트폰의 사진 자동전송 애플리케이션을 이용, 초소형 무전 수신장치로 전파하는 등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신종 수법이 동원됐다. 수백만 원으로 단번에 수백 점을 올리는 '대박'을 좇은 취업준비생 등은 앞으로 5년간 응시가 제한돼 '쪽박'을 차게 됐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대장 조중혁)는 4일 스마트폰을 이용해 토익 고득점자의 답안을 촬영하게 한 뒤 이를 수험생들에게 무전으로 전파하는 대가로 수천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업무방해)로 이모(30) 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돈을 받고 자신의 답안을 유출한 혐의로 서울 유명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27) 씨도 구속했다. 돈을 주고 부정시험을 치른 대학생 취업준비생 직장인 등 12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토익 도사'로 알려진 김 씨는 이 씨 일당에게 시험 응시 회당 150만 원 상당을 받는 조건으로, 왼쪽 팔에 깁스를 하고 지난달 27일 10월 토익시험을 봤다. 깁스 안에는 스마트폰과 무선촬영 장치가 숨겨져 있었고, 김 씨가 촬영한 사진은 자동전송 프로그램(클라우드 서비스 일종)을 통해 해당 인터넷 사이트로 전송됐다. 이 씨 등은 김 씨가 전송한 사진을 외부에서 보고 무전기를 통해 같은 장소에서 시험을 보던 박모(29) 씨 등 응시생들에게 전달했다. 응시생들은 시험 하루 전날 지름 2㎜ 정도인 좁쌀 크기의 초소형 무선수신장치를 귓속에 '탑재'해둔 상태였다.

이런 수법으로 부정응시생들의 10월 토익 점수는 평균 500점 대에서 900점 대로 급상승했고, 심지어 1명은 990점 만점을 받았다. 이들은 이 씨 일당에게 장비를 반납하면서 400만 원씩을 지급했다.

토익시험 주관사인 (주)YBM 측은 전국의 응시생들이 한꺼번에 부산 북구의 한 시험장에 몰렸고, 최근 토익 만점을 받은 김 씨가 이 고사장에 출장 응시한 점을 알고, 부산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김 씨가 올해 7차례 토익에 응시했던 점을 미뤄 10월 토익시험 외에도 부정응시가 더 있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