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가 제품 중심 매출 급증
- 새로운 '등골 브레이커'로
3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좌동의 한 유치원 앞. 드레스와 망토를 예쁘게 차려입은 아이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엄마 손을 잡고 나타났다. 아이를 유치원에 들여보낸 주부 박모(34) 씨는 한숨을 쉬었다. 전날 아이의 유치원 핼러윈데이 파티 드레스를 사기 위해 백화점에 들렀다가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박 씨는 "아이 친구 엄마들을 따라 멋모르고 백화점에 갔는데, 한 벌에 10만 원이 넘지 않는 제품을 보기 어려웠다"며 "아이 기를 죽일 수 없어 마지못해 지갑을 열어 14만 원에 구입했다"고 말했다.
핼러윈데이를 맞아 고가의 아동용 파티복이 유행해 학부모의 등골이 휘고 있다. 일부 영어유치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핼러윈데이 행사가 점차 일반 유치원까지 확산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해운대구의 한 백화점 아동용품 매장에서 판매되는 5, 6세 아동용 핼러윈 드레스는 보통 10만 원을 호가했다. 일부 수입의류 편집매장에는 미국산 드레스 가격이 35만 원가량이나 됐다. 여기에 보조용품으로 나온 마법봉과 머리띠, 망토 등을 함께 사면 가격은 50만 원을 훌쩍 넘는다. 매장 관계자는 "과거 VIP 고객과 장년층들이 고가 드레스를 구입했는데, 올해는 젊은 주부들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실제 핼러윈데이를 겨냥한 이 백화점의 기획·전시 제품의 매출은 지난 한 달간 10~20% 늘었다.
수영구 광안리의 한 드레스 전문 판매업소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이곳은 4만 원대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부터 14만 원의 고가 드레스까지 다양한 제품이 구비돼 있지만, 판매는 고가의 제품에 집중되고 있다. 매장 주인은 "불황 탓에 대체로 아동용 드레스 매출이 지난해 핼러윈 때보다 줄었지만, 고가 제품 매출은 30% 가까이 늘었다"며 "내 아이만큼은 특별하게 입히고 싶어하는 게 이곳에서 옷을 사는 엄마들의 심리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부 사립유치원 학부형은 100만 원이 넘는 드레스를 아이에게 사 입히고 있다. 모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해외에서 직수입된 170만 원대 유아용 핼러윈 드레스가 판매되고 있다. 덕분에 이 업체의 지난달 핼러윈 의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0%나 늘었다. 부산주부클럽 성현숙 국장은 "젊은 주부들이 자신의 모방소비 심리를 어린 자식에게 투영하고 있다"며 "부모의 대리만족을 위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과소비에 물드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