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부산지법 301호 법정. 지난 8월 말 발생한 부산대 기숙사 성폭행 사건(본지 지난 8월 31일 자 1면 등 보도)의 피고인 이모(25) 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이 씨는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 경위의 안내를 받아 피고인석에 출석했다.
먼저 검사는 "이 씨가 지난 8월 30일 새벽 부산대 여자기숙사 출입문으로 들어가 피해자 A 씨의 방을 침입해 A 씨의 머리채를 잡고 입을 막은 뒤 성폭행하고 상해를 입혔다"고 범죄사실을 진술했다.
이 씨와 변호인은 범행을 모두 인정했으며, 변호인의 "심신미약을 주장합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이어 변호인은 "이 씨의 아버지가 교사이고 어머니도 몇 년 전 교사를 그만둔 주부로, 가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 씨는 전과나 비행 전력도 없으며 부산대에서 친구와 술을 먹은 뒤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심신미약을 호소했다.
변호인은 또 "범행 후 (이 씨는) 자수하러 가다가 경찰을 만났으며, 이 씨 부모가 피해자 부모와 합의하려 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피해자 변호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씨는 재판 내내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에 피해자 변호인은 "피해자 가족들은 이 사건에 대해 합의할 의사가 없으며, 피고인이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고 답했다.
재판장인 부산지법 형사5부 박형준 부장판사는 이 씨에게 "변호인 진술에서 자수하러 가는 길이었다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이 씨는 "집에서 자고 있는데 친구들로부터 페이스북·인터넷에 네 사진(공개수배 전단지)이 나왔다고 하면서 경찰에 가보라고 해서 확인한 뒤 자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을 나서다 경찰을 만났다"고 진술했다. 이 씨는 재판장의 최후 진술 요구에 "술을 많이 마셨고, 피해자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 삶을 시작할 나이인데 상처를 입혀 죄송하다"고 말한 뒤 머리를 떨궜다.
이날 검찰은 이 씨에 대해 징역 11년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120시간 수강 등을 구형했다.